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서의 남녀차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화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부터 같은 주연 배우이면서도 여배우의 출연료가 남성 배우보다 훨씬 적다는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배우들이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는 사실은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타 배우들이 이를 잇따라 문제 삼으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의 남녀 불평등 논란이 다시 일어났다.
로런스는 최근 격주간지 '레니'(Lenny)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남자 배우들처럼 출연료를 공격적으로 협상하지 않아 수입이 적었다고 자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녀는 지난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으로 2013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서 자신이 받은 출연료가 다른 남성 배우들보다 훨씬 적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로런스와 비슷한 분량으로 출연한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천 베일, 제레미 레너 등 남성 배우들은 영화 수입의 9%를 챙긴 반면, 로런스와 에이미 애덤스는 7%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5년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입 순위에 따르면 '톱(Top)-20위'에 든 여배우는 제니퍼 로런스(5천200만 달러)와 스칼렛 요한슨(3천550만 달러) 단 2명뿐이다.
최근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할리우드 영화 약 700편을 분석해 그 안에 나타나는 불평등 실태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상당한 남녀 불균형 내지 불평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부터 2014년 사이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약 700편 중 영화 속 대사가 있는 여성 캐릭터는 전체의 약 30% 정도였다.
액션이나 어드벤처 영화 중에서 여성이 주연 혹은 공동주연을 맡은 경우는 20% 정도인데, 재미있는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 캐릭터가 적은 가운데 나이 많은 여성 캐릭터는 더욱 수가 적었다. 할리우드 영화 속 40대 이상의 여성 캐릭터는 40대 미만의 1/3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공정급여법'(Fair Pay Act)에 서명하며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남녀 차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철저히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할리우드가 부분적인 제도의 영향을 크게 변화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할리우드가 지금처럼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관객의 취향이 그렇게 만들었으며 영화계는 단순히 그것을 따라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