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기홍 “국정화, 역사쿠데타 넘어 민생쿠데타…헌법수호 대 反헌법 세력 대결”

2015-11-0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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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터뷰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정화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수호, 즉 대한민국 정통성의 문제”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유기홍 의원실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 도중 먼 곳을 응시하기도 했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는 반(反)헌법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재선·서울 관악갑)이 그랬다. 그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강행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긍심, 교육의 자율성 등이 크게 훼손됐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정화 추진은 단순히 역사쿠데타를 넘어 '민생쿠데타'라며 박근혜 정부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했다.

-서울대학교 사학과 출신으로 여의도의 정통한 사학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다. '국정화 정국'을 바라보는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었나.
"예견된 사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8년 뉴라이트 학자들이 친일독재를 미화한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축사했다. 5·16 쿠데타를 '근대화 혁명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교과서였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위안부와 관련해서도 '위안부 대리업자가 한국인 여성을 모집했다'고 기술했다. 자발적으로 응모해서 갔다는 것인가. 군경이 투입돼 강제로 끌려간 것이다. 일제 쌀 수탈론 역시 '실증적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며 수출이라고 봤다. 그리고 5년 후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의 역사교과서가 등장했다. 그때 '결국 국정화로 가겠구나'라고 예견했다."

-본격적인 질문을 해보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강행으로 정국이 극심한 보혁 갈등을 겪고 있다. 국정화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헌법수호 세력 대 반헌법 세력'의 문제다. 물론 국정화 의도에는 보수층 결집도 있다. 차기 총·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어붙인 게 아니겠나. 멈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국정화 반대 여론층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국정화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수호, 즉 대한민국 정통성의 문제다."

-박 대통령이 왜 국정화 시도에 나섰다고 보나. 정치권과 많은 학자들이 박 대통령의 '신념에 의한 원칙'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개인적 동기다. 대통령은 1989년 (인터뷰에서) '5·16 쿠데타는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다. 또한 '아버지 시대에 대한 누명과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억울한 누명이란 게 뭐겠나. 만주군 중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5·16 쿠데타, 10월 유신 등이다. 이런 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부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창씨개명을 했다. 이 밖에도 1940년대 일제에 비행기 헌납, 학병 입대 지원 권유 등 명명백백한 친일 증거가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부친이 애국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정화 정국에서 전면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어떤가. 황 총리가 국정화 확정고시 날 중대한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하면서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궤변이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반헌법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화 추진은 단순히 역사쿠데타를 넘어 ‘민생쿠데타’”라며 “박근혜 정부의 역사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제공=유기홍 의원실 ]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북한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법통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일성은 자기가 항일투쟁을 다 했고,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고 주장하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3·1 운동의 성과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고 본다. (당시)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한 헌법도 있었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를 다 갖춘 민주공화국이다. 1948년 제헌헌법 전문은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법통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1948년 9월 1일자 최초 관보에도 '대한민국 30년'이란 표현이 있다. 이 얘기는 무엇인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일본 천황에 혈서 충성 서약을 하고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했다고 하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는 순간, 이 행동은 반역행위가 된다."

-뉴라이트는 임시정부에 '주권'과 '영토'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요소를 결격했다고 주장한다.

"세계사적으로 많은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3부(입법·사법·행정)는 물론 군대까지 가지고 있던 정부는 없었다. 그런데 영토가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우리) 영토를 점령한 조선총독부가 사실상의 권력이고 우리 역사라는 것인가. 궤변이다. 건국절 논란도 여기서 파생한다. 뉴라이트 학자들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는 순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게 된다. 스스로 반헌법 세력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각에선 오는 2017년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과 맞물리면서 '친북숙주 대 친일유신' 프레임이 고착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7년 말에 대선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교과서 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게 두려웠을 수도 있다. 만드는 데 1년6개월 걸리는 초등학교 교과서보다 단기간(1년)에 밀어붙이는 무리수가 발생한 이유라고 본다. 국정교과서는 2017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바치는 '헌정'의 의미로 본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다만 일련의 상황을 보면 그런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국사편찬위원회 편람에도 교과서를 만드는 데 최소 2년이 걸린다고 명시돼 있다. 그것도 어겼다. 정말 '정상의 비정상화'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계사적으로 많은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3부(입법·사법·행정)는 물론 군대까지 가지고 있던 정부는 없었다”며 “그런데 영토가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우리) 영토를 점령한 조선총독부가 사실상의 권력이고 우리 역사라는 것인가. 궤변이다. 건국절 논란도 여기서 파생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유기홍 의원실 ] / 기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정화 정국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부친의 친일 논란도 불거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김 대표의 부친은 우선 창씨개명을 했다. 일본에 비행기를 헌납하고,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몬 광고에 서명도 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비행기는 어디에 쓰였나. 젊은이들의 자살비행에 이용됐다. 전장에서 일반 학병을 죽음으로 선동한 사람을 어떻게 애국자라고 할 수 있느냐. 민족문제연구소도 (김 전 회장을)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유보한 것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정화 시도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부친들의 친일 행적 가리기와 무관치 않다."

-역대 총·대선에서 미래 권력은 현재 권력과 차별화를 꾀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도 조만간 역사관에서 갈등이 있지 않겠나. 국정화가 여권 내분의 지뢰밭이 될 수도 있는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이해관계로 일시적인 동맹을 형성한 것은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 부친의 행적을 감싸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이해관계가 갈릴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친일 프레임에 매몰돼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김 대표 부친 역시 초등학교 건립 등 국가를 위한 일을 했다는 주장이다.

"전형적인 친일 합리화 논리다. 1200만명 이상이 본 영화 '암살'을 보면, 배우 이정재씨가 맡았던 염석진이란 인물이 있다. 독립운동을 했지만, 일제에 고문당하면서 전향한 뒤 밀정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염석진은 애국자냐, 밀정이냐. 프랑스도 정부 붕괴 이후 나치가 세운 괴뢰 정부인 비시(Vichy)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나치에 충성한 관련자들을 전원 처형했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 것이다. 우리는 이승만 정권 때 무력화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국정화 정국에서 '비밀 TF(태스크포스)' 의혹과 공무원 감금 논란이 일면서 2012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의 '데자뷔'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 '불법 감금죄' 고발 얘기가 쏙 들어갔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정원 사태의 여직원 감금죄 성립도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만, 국정화 문제와는 천양지차다. 거기(국립국제교육원)는 교육부 산하의 공무소다. 우리가 물리적 행위를 사용했나. 아니다. 새누리당이 억지로 감금 프레임을 꺼내면서 국정원 여직원 때와 오버랩하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실패했다."

-국정화 추진을 위한 '비밀 TF' 의혹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특히 비밀팀 업무분장에 'BH 일일점검회의 지원' 등이 기재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는 일상적인 업무 활동이라고 반박하는데, 비밀 TF인 결정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10월 8일 국정감사 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명백한 위증이다. 추석 이후 가동 준비에 들어갔고, 10월 5일 그 팀이 가동된 것을 확인했다. 단장인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도 의문이다. 출장계에 출장 이유로 교과서 문제와 관련 없는 교육개혁 업무를 적었다. 떳떳하다면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또한 (비밀 TF에) 지문인식 보안시스템을 달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직원들은 불을 끄고 컴퓨터를 옮기고 문서를 파쇄했다. 제보받은 비밀 TF 21명의 명단에 대해 한 번도 거짓말 혹은 조작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문건에 'BH 일일점검회의 지원' 항목이 나오지 않았나."

-국정화 확정고시(11월 5일)로, 더 이상 야권이 정부의 강행 추진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플랜B'가 궁금하다.

"방향을 전환할 것이다. 국정화를 무효화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겠다. 충분히 가능하다. 시민운동도 입법청원을 요구하는 형태로 갈 것이다. 다수당의 횡포로 입법에 실패한다면, 20대 총선에서 이를 공약화를 해야 한다. 국정화는 역사쿠데타를 넘어 '민생쿠데타'다. 경기지표가 최악이다. 청년실업률은 10.1%다. 무슨 핑계를 대건 국정화 논란은 정부·여당이 시작했다. 우리가 시작한 게 아니다. 누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나. 민의를 외면한 민생은 거짓이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제공=유기홍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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