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파킨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파괴돼 도파민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행동이 느려지고 손·발이 떨리거나 몸이 굳는 등 신체적인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우울증, 치매와 같은 정신적인 증상도 겪게 된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치료법은 도파민신경세포의 사멸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분석해보니 성상교세포에서 통증수용체와 CNTF의 발현이 증가해 있었고 인간 파킨슨병 환자 뇌에도 같은 시스템이 존재함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후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통증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캡사이신으로 CNTF 발현 증가를 유도하자 도파민신경세포가 보호되고 운동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밝혀냈다. 캡사이신 성분이 뇌 안에서 신경영양인자를 발현해 도파민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진 교수는 “통증수용체와 신경영양인자가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및 기능 회복 효과가 있음을 밝힌 최초의 연구로 학문적 의미가 크다”며 “향후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에 관한 신약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브레인(Brain)’ 온라인판에 지난달 2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