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 이해득실 따라 협력·경쟁 오가는 금융권

2015-11-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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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보수적인 금융권이 최근 들어 경쟁사와 손을 잡는 모습이 빈번해지고 있다.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해득실에 따라 본업에서는 경쟁하고 다른 사업 부문에서는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마감된 대우증권 인수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을 포함해 네 곳이 참여했다.
특히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한국투자금융(50%), KB금융의 계열사인 국민은행(10%), 카카오(10%) 등이 주요 사업자를 구성하고 있다.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손을 잡는 한편으로 각각 사업적 판단에 따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는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은 국민은행에 편중된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무엇보다 대우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진행된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한국투자금융도 대우증권 인수에 따라 자본 규모 7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를 보유하게 돼 업계 1위로 단숨에 오르게 된다.

통상 금융사들은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다른 금융사와 협력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본업에서는 경쟁을 해도 새로운 사업에서는 협력하는 것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한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보면 금융사로 기업은행과 NH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증권사와 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협력 관계이지만 금융그룹 차원에서 보면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지난 2월 상호 고객의 거래 확대 및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어 양사는 최초의 비계열사로 구성된 복합점포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우리은행 점포에 삼성증권이, 삼성증권 점포에서는 우리은행이 각각 입점해 같이 영업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 우리은행이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에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증권업계에서 경쟁하던 사이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가 경쟁사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보수적인 금융권 분위기가 상당히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결국 저금리·저성장으로 인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금융사들이 기존 분위기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찾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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