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극에 달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붕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미분양·미계약이 속출하고, 일부 지역의 경우 수십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조차 미계약으로 선착순 분양에 돌입하는 경우도 왕왕 생기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밀어내기식 분양이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직은 전조 수준인 부동산 시장 붕괴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련기사 3면>
이같은 주택공급 과열 양상은 주택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건설사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장 내년부터 주택 시장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건설업체들이 분양 물량은 단기간에 쏟아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경기 화성동탄2신도시 등 입찰받은 토지의 사용가능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건설사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올해 신규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도 건설사들의 토지사용시기 조정 요청이 쇄도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입찰 당시 올해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동주택용지에 대해 건설사별 요청을 수용해 시기를 앞당겼다.
이에 유승종합건설은 지난 9월 다산진건지구 B7블록에 짓는 '유승한내들 센트럴'(60~85㎡, 646가구)을 분양해 3.56대 1의 평균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반도건설도 지난달 B6블록에서 '반도유보라 메이플타운'(60~85㎡, 1085가구)을 공급했다. 10월 말로 토지사용시기를 조정했던 한양은 이달 초 B8블록에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60~85㎡, 650가구)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미 내년 하반기에 사용 가능한 토지를 상반기로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청약불패를 자랑하는 최근의 분양시장 열기가 곧 식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 밀어내기가 구조적으로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인·허가수는 지난해 전국 51만5251가구에서 올해 1~9월 54만140가구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주택 인·허가수가 7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분양 대기 물량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국토부가 2013년 발표한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2020년까지 연간 주택 총수요를 39만가구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이미 10만가구 이상이 초과 공급된 것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2008년 밀어내기식 분양이 극에 달한 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졌던 과거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과거 주택시장 붕괴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 연구위원은 "연간 인·허가수가 70만가구에 이르는 등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며 "입주시점인 2~3년 후까지 수요가 뒷받침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조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2009년 3월 정점을 찍은 미분양주택은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올해 4월까지 3만가구 미만으로 줄었다. 그러나 5월 2만8142가구, 6월 3만4068가구로 증가하면서 다시 3만가구를 웃돌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도 전국 3만2524가구로 전월(3만1698가구) 대비 2.6%(826가구) 증가했다. 가을철 신규분양 물량이 늘면서 미분양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엔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정부는 아직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공급 과잉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중"이라며 "아직 나중에 문제가 될 만큼의 공급과잉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