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삐익~ 삐익~ “주인 없나요 차 빼세요.”
지난 금요일 오후 서울 시내 곳곳 도로위에서 자전거 교통순찰대의 호루라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단속에 속속 걸려 갓길에 차를 세우는 광경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3시 순찰대는 출발에 앞서 자전거와 장비를 점검했다. 최근 쌀쌀한 날씨 탓에 이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며 중무장했다. 첫 번째 코스는 시청부터 동대문역까지 약 4㎞의 종로거리였다. 직장인과 관광객이 뒤섞인 이 일대는 제법 혼잡한 편이었다.
출발한지 약 10분도 되지 않아 첫 단속대상이 발견됐다. 승합차 한 대가 비상깜빡이만 켜 놓은 채 도로변에 서 있었다. 순찰대는 우선 차량 내 운전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후 호루라기를 불며 운전자를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도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자 순찰대는 단말기로 차량을 조회하고 과태료 스티커를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단속대상이 발견됐다. 이번에는 교차로 모퉁이 빈 공간에 세워 둔 관광버스였다. 차량 내 운전자가 있었다. 순찰대가 접근하자 운전자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급하게 차를 이동시켰다.
순찰대의 설명에 따르면 단속의 목적은 과태료부과가 아니라 원활한 교통 유지와 안전질서의 확보였다. 이 때문에 순찰대는 불법주정차를 한 차량이라도 운전자를 배려하며 계도 중심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얌체 운전자에게는 관용을 배풀지 않았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적하물로 번호판을 가리거나 CCTV 사각지대에 차량을 세워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가차 없이 과태료가 부과됐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단속원에게 적반하장식 호통을 치는 차주도 있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 강조하며 막무가내 주장을 반복했다.
두 번째 코스는 동대문부터 다시 을지로를 통해 시청으로 돌아오는 4㎞ 구간이었다. 이곳은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많은 차량이 불법주정차를 일삼고 있었다. 대부분 단속에 협조적이었지만 일부 운전자는 단속원의 눈을 피해 불법주정차를 반복했다.
이날 1시간 동안 약 20여대 이상의 차량이 적발됐다. 이중 5대에 과태료가 부과됐다.
동행취재를 하면서 도로 위 자전거에 대한 차량 운전자들의 배려가 상당히 부족다는 점이 아쉬웠다. 단속원의 자전거에 클랙슨을 울리는 등 순찰 중 위협적인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최근 서울시는 자전거 우선도로의 지정을 늘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식 부족은 여전히 문제로 남은 것이다.
이날 순찰에 나선 김재율 씨는 “자전거 교통순찰대의 활동 이후 불법주정차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며 “자전거인 만큼 날씨나 기후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지는 장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자전거 교통순찰대를 1년간 시범운영 해본 뒤 단속실적과 시민 반응 등을 살펴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동영상 촬영 및 편집 =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