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서정 역을 열연한 배우 성유리가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한때는 연예계를 대표하는 요정이었다. 앳된 얼굴로 ‘내 남자친구에게’(1998) 사랑을 속삭이던 ‘요정’은 드라마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을 지나 영화 ‘차형사’, ‘누나’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아프거나 혹은 치열한 삶을 사는 ‘여자’가 되었다. 천천히 느긋하게 요정의 이름을 지우기 시작한 그녀가 또 다른 변신을 감행했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통해서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제작 타임박스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둔 27일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성유리(35)는 요정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은 만큼 한층 더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영화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담은 작품. 극 중 성유리는 까칠한 여배우 서정 역을 맡아 그녀를 위해 10년 째 동분서주하는 매니저 태영(김성균 분)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서정 역을 열연한 배우 성유리가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공감이 많이 됐어요. 특히 촬영현장 같은 경우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뭔가 실제 드라마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찍는 기분이었죠. 다른 점이라면 매니저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웃음). 서로 볼꼴 못 볼 꼴 다 보는 게 오랜 기간 사랑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런 적도 없었고요. 저와 매니저는 정말 일만 열심히 하는 사이였거든요(웃음).”
실제 여배우다 보니 서정이 처해진 상황과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그녀. “처음에는 까칠하고 화만 내는 캐릭터라 여겼지만” 서정이라는 인물을 들여다볼수록 그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했다.
“하지만 실제 저라면 서정이처럼 화내지 못했을 거예요. 촬영 도중 캐릭터가 산으로 간다고 해도 저는 타협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속 시원하게 할 말을 다 해주니(웃음). 서정이 덕분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죠.”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서정 역을 열연한 배우 성유리가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닮은 듯 다른 성유리와 서정. 성유리는 서정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도 또한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배우’ 역할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성유리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던 것이다. “요정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러 처절하거나 상처가 많았던 인물”을 연기해왔던 성유리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고 이번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통해 까칠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더하게 됐다.
“감독님이 변신, 변화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하셨어요. 처음엔 저도 서정이 이렇게 세고 섹시한 캐릭턴지 몰랐어요. 그냥 직업이 배우인 모난 아이로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더 화려한 모습을 원하시면서 비키니 신이 생겼고 호피 바지도 입게 됐죠. 사실 그 호피 바지는 실제 제 옷이에요(웃음). 우연히 미팅할 때 입었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죠.”
서정이라는 인물은 성유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캐릭터다. 요정이라는 이미지를, 무겁기만 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친근한 옆집 누나 같은 이미지를 단박에 깨줄 수 있는 변신인 것이다. 이러한 ‘변신’은 성유리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안겼다. 그는 상대배우 김성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연기”를 터득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서정 역을 열연한 배우 성유리가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여태껏 했던 연기랑은 다르게 접근하는 법을 배웠어요. 예전엔 제가 그 캐릭터가 돼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내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했죠. 그러니 연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요. 또 (김)성균 오빠랑 호흡하면서 반사 신경처럼 대사를 내뱉다 보니 그 느낌이 정말 좋더라고요. 예전엔 내 연기하기 바빴다면 이젠 듣는 귀가 생긴 셈이죠. 확실히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아직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듯했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넘쳐났고 작품에 대해 말할 때면 말간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예전엔 핑클의 화이트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당찬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밝은 이미지를 깨기 위해 독립영화,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했다”며 끊임없이 변신하고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전해왔다.
“매번 전작의 이미지를 깨는 게 배우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차태현 씨는 ‘이미지를 왜 깨? 그건 너만의 장점인데’ 그러더라고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정말 아직도 어려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