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제개편' 저소득층 부담 가중....상원 부결 이후 논란 일파만파

2015-10-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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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정부가 긴축재정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세금 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의회에서 "내년 세제 개편 이후 가계 부담이 가중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거듭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압박하는 등 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논란 1 : 저소득 납세자 범위 확대..."복지 줄여 재정 건정성 높인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 개편의 주요 골자는 세금 공제 대상 축소, 법인세율 인하, 복지 지출 축소 등이다. 세금 논란을 촉발시킨 건 '세금 감면 축소'다. 소득세 면제 대상이 되는 최저 소득 구간이 현행 6420파운드(약 1120만원)에서 내년 4월에는 3850파운드(약 670만원)로 낮아진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다가 요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저소득층 가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향후 5년간 복지 예산 130억 파운드(약 22조 7000억원)를 삭감하겠다는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1인당 최대 복지 지원 규모도 연간 2만 6000파운드(약 4540만원)에서 2만 파운드(약 3500만원)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극빈층에게 돌아갈 비용에까지 손을 대기로 한 이유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영국 국가부채는 1조 4800억 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80.4%에 달한다. 내년 3월에는 1조 5000억 파운드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발이 심해지자 영국 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 카드도 내놨다. 현행 6.7파운드(약 1만 1700원)인 시급을, 오는 2020년까지 9파운드(약 1만 5700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소득세 공제 대상이었던 25세 저소득 노동자에게 세금을 물게 하는 대신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금 개혁안에 따라 저소득층 300만 명이 연간 평균 1500파운드(약 26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노동당에서는 이 법안을 앞으로 3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정체성을 망각한 채 재정 흑자만 찾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 논란 2 : 캐머런 총리 vs 상원 간 다툼으로 번지나

논란이 커지자 영국 상원의원들이 나서서 이 법안을 부결시켰다. 보수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노동당(212석)·자민당(112석)이 힘을 합해 보수당(249석)의 입장을 뒤집은 셈이다.

비선출직인 영국 상원은 선거로 뽑힌 하원 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수정할 수는 있어도 부결할 수는 없다. 지난 1911년 의회법으로 입법권이 사실상 하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상원이 부결 조치까지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캐머런 총리는 상원 권한 축소를 추진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으로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실은 상원의 권한 범위를 긴급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상원의 부결 조치는) 헌법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영국 내부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불필요한 긴축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젊은 저소득층과 자산이 많아도 복지 혜택 범위에 들어가는 노년층 사이에 소득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면 자칫 세대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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