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유족들, "30일 추모식에 적절한 예우 원해"(종합)

2015-10-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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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자회견 열고 유족들 입장 밝혀…장녀 혜선씨는 불참

천 화백의 별세 소식도 은행에서 전화받고 알아

문체부의 금관문화훈장 추서 철회 결정에 유감

27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입장에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좌측부터 장남 이남훈씨, 차녀 김정희씨, 사위 문범강씨, 며느리 서재란씨. [사진=조가연 기자]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27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 화백의 타계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경자 화백의 유족 중 장남 이남훈씨(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씨(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차녀의 남편 문범강씨(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 차남의 아내 서재란씨(차남 고 김종우씨의 처, 세종문고 대표)가 참석했다. 장녀 이혜선씨는 불참했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미국 뉴욕으로 떠난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장녀 혜선씨의 집에 머물러왔으며 올해 8월 별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혜선씨는 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미국에서 장례를 치른 뒤 유골함을 들고 천 화백의 작품이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내 수장고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경자 화백은 지난 1998년 11월 미국에서 일시 귀국해 서울시립미술관에 채색화와 스케치 93점을 기증하고 떠난 바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어머님(천 화백)이 지난 8월6일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지난 10월19일, 미국 시간으로는 10월18일에 접했다. 당시 한국의 어느 은행으로부터 천경자 화백의 은행계좌 해지 동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니이자 장녀인 혜선씨로부터는 연락받은 일이 없다"며 "갑작스러운 비보를 받았고 특히 이미 돌아가신 후라는 사실에 모두 망연자실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족에게 연락을 한 S은행 계좌에는 54만원 정도가 남아있었고 전화를 받은 장남 이남훈씨는 당황한 상태여서 해지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가연 기자]


사망 시점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어머님은 지난 4월5일 마지막으로 뵙고 왔다. 이후 지난 8월6일 돌아가신 게 맞고 사망 진단서도 그 날짜로 발급돼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이남훈씨)가 확인을 해보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았고 거기에 나온 (사망 날짜와 관련된) 사실이 그렇다.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 씨는 "미국에선 의사가 사망확인서를 위조할 수도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려면 법적으로 당국에 신고하고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화백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직접 통화를 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어머니를 만났을 때 의사소통이 가능했냐"는 질문에는 "손만 잡아도 의사소통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문체부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먼저 지난 8월 천 화백의 유골함을 들고 장녀 혜선씨가 서울시립미술관 수장고에 방문했을 때 공공기관인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이를 유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족들은 천 화백이 작품 93점을 서울시에 기증하고 떠난 만큼 화백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족들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상설전시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미술관은 장소를 제공할 뿐 이날 열린 기자회견과 추모식을 주최하는 당사자는 유족들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어머니(천 화백)는 한국을 사랑했고 어머님을 사랑해주는 한국 사람들도 사랑했다"라며 "어머님을 사랑했던 대중들이 한분 한분 오셔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는 것이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님이 이제까지 쌓아온 업적에 맞게, 그리고 그렇게 대범하게 작품을 기증하신 생애에 걸맞게 대접받으셨으면 좋겠다"며 천 화백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다수 기증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금관문화훈장 추서 철회 결정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김씨는 "소식에 의하면 문체부에서 어머님께 문화인으로서는 최대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고려하다 취소했다는데 이해하지 못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하나는 최근에 (천 화백의) 활동이 별로 대단하지 않았다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의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있다는 것"이라며 "91세인데 연로하신 분이 어떻게 돌아가실 때까지 작품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말년에 작품활동이 드문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식으로서 이런 일이 일어났고 훈장 취소까지 됐다는 것에 가슴이 무너지는 비통함을 느꼈다"며 추서 취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이 그동안 언론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경우 재산을 둘러싼 자식들 간의 분쟁으로 비칠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씨는 "이 모든 것은 가족사와 연관이 된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유명인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행동해도 되나'란 생각을 새겨놓고 살았다"며 "언니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항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 간의 분쟁으로 세간의 흥밋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화백이 생전에 주위에서 재산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경계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씨는 그러면서도 "언니(혜선씨)의 이해할 수 없는 인격과 행동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천 화백이 미국으로 떠난 1997년 이후 연락이 끊어지고 이어지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 말미에서 기자가 "언니에게 바라는 점이 있느냐"라고 묻자 김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어머니를 어디에 모셨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을 숨기고 어디에 모셨는지를 다른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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