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프라이드의 링과 UFC의 옥타곤은 크기가 다르다. 옥타곤의 직경은 9.14m로 프라이드의 7m보다 2.14m 크다. 2.14m 미터면 워낙 키가 크고 리치가 긴 격투기 선수들에겐 두 걸음 정도의 차이지만 실전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 공간이 넓을수록 풋워크가 좋은 선수들이 타격에서 거리를 잡기 좋다. 또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인파이터에 비해 아웃 파이터 유형의 타격가들에게 큰 이점이 있다. 반면 링은 도망 다닐 공간이 적다. 조금만 뒷걸음질 쳐도 금방 로프에 등이 닿는다. 또 사이드 스텝을 밟다 보면 사각형의 모서리에 걸려 진로가 막힌다.
이렇게 다른 환경에 극심한 기량 차이를 보인 케이스는 미르코 크로갑(크로캅 스쿼드 짐, 41)과 UFC 미들급의 전설 앤더슨 실바(블랙 하우스, 40)다. 이 둘은 같은 타격가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크로캅이 전진 스텝을 밟으며 왼손 스트레이트와 하이킥으로 상대를 압박했다면 앤더슨 실바는 동급에서 가장 긴 편인 리치를 활용해 빠른 풋워크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두 단체에서 극과 극의 성적을 보였다. 프라이드 시절 초난 료(39·일본), 다카세 다이주(37), 오카미 유신(34)에게 패하며 퇴출당한 실바는 UFC에 입성해 크리스 와이드먼(31)에게 패하기 전까지 6년 9개월간 16연승을 달리며 황제로 군림했다. 그는 놀라운 회피능력과 타격 실력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했는데 이는 옥타곤의 넓은 링의 이점이 충분히 활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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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옥타곤은 다르다. 반동도 없고 옆으로 돌아도 계속 철창이 따라오는 둥근 모양이다. 한번 등을 대거나 사이드에서 상대에게 깔리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때문에 무게 중심을 낮추고 상대에게 태클을 거는 레슬러들이 득세했다. 특히 레슬러들은 미는 힘에 일가견이 있어 상대를 케이지에 몰아넣고 더티 복싱을 시도하거나 태클로 바닥에 눕히는 플레이를 즐겼다. 초창기 UFC헤비급을 지배했던 랜디 커투어(은퇴, 52)나 최근 다니엘 코미어(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 36), 존 존스(그렉 잭슨 MMA 아카데미,28), 케인 벨라스케즈(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 33) 같은 강자들도 대부분 레슬러 출신이거나 레슬링에 강했다. 반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UFC 선수들 중 유도선수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룰에도 차이가 있다. 프라이드 시절 마우리시오 쇼군(유니베르다데 다 루타, 33)은 화끈한 스탬핑 킥으로 상대를 밟아버렸다. 하지만 UFC에서는 4점 포지션(팔, 다리 등 신체의 네 부분이 바닥에 닿아있는 경우)의 상대에게 킥을 사용하는 걸 금지한다. 때문에 ‘사커킥’, ‘스탬핑 킥’과 같은 기술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 그라운드에서 니킥을 사용할 수도 없다.
이는 그라운드에서도 킥을 이용해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격하던 유도와 무에타이 베이스의 선수들을 무력화 시켰다. 레슬러들은 경기 운영이 한층 수월해 졌다. 상대가 그라운드에서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좁히고 들어와 펀치나 엘보우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근접 상황, 특히 그라운드 컨트롤이 좋은 레슬러에게는 원거리 타격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프라이드와 UFC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각각의 단체에서만 뛰었던 선수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UFC의 시대인 만큼 옥타곤에 전략을 맞추는 게 대세다. 하지만 습관처럼 몸에 베어있는 격투 스타일을 바꾸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물론 환경에 맞춰 전략을 바꾼 쇼군과 같은 케이스가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대부분 실패한다. 과거 프라이드를 주름 잡았던 올드 파이터들도 대부분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시대가 변했고, 격투 환경도 변한 지금 프라이드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곧 일본 단체에서 새로운 격투기 대회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 대회가 지난 프라이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