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자국산 초대형 크루즈 건조를 통해 조선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크루즈 시장으로 진출한다. 세계 조선업 1위의 우리나라조차 밟아보지 못한 크루즈 시장으로 중국이 선제적 진출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에 적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크루즈산업은 중국뿐 아니라 국내 조선업계도 놓칠 수 없는 21세기 최고의 블루오션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크루즈 시장으로 발빠른 진출 채비에 나선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봐야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 '메이드 인 차이나'...크루즈선 시장도 넘본다
중국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은 최근 세계 최대 유람선 운영 업체인 영국 카니발사와 26억 파운드(약 4조5150억원) 규모의 합작 벤처 설립에 합의하고, 초대형 유람선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이 합작사는 CSSC의 자회사인 상하이(上海) 와이가오차오(外高橋)조선에 250억 위안(4조4300억원)을 투자해 5척의 선박 건조를 주문할 예정이다. 이들 선박의 배수량은 13만t으로 초대형 유람선 타이타닉(4만6000t)의 3배 수준이다. 길이 300m로 269.1m인 타이타닉보다 긴 이 선박은 승객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첫번째 선박 건조는 내년 시작돼 2020년 완료될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의 크루즈선 산업발전과 시장성장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후에는 빠르게 확대되는 중국 크루즈 시장의 수요가 반영됐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년대비 43.36% 증가한 172만3400명(연인원)이 크루즈를 이용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크루즈 이용객 연인원 증가율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치다. 오는 2020년까지 중국의 크루즈 시장은 승객 수가 약 350만명까지 증가해 아태지역에서 최대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큰 크루즈 시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내 크루즈 여행 수요증가 추세에 따라 중국이 2017년 세계 2위의 크루즈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한국은 여전히 '그림의 떡'...경영정상화 더 시급
크루즈 산업은 선박 수주규모와 기술력면에서 뛰어난 우리나라에게도 매력적인 '미래먹거리' 시장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적자 무덤으로 떠오른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체 성장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크루즈 산업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초대형 유조선(VLCC)보다 부가가치가 9배 가까이 높은 선종이다. 선가도 척당 5~10억 달러에 달해 고부가가치 선박인 드릴십과 LNG선 보다도 높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부가가치 창출면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우리나라 국적 크루즈선 5척(7만t급 기준)을 출범시킬 경우, 약 1조원의 부가가치와 8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조선강국인 한국의 크루즈 제작은 여전히 정체상태다. 아직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크루즈선을 건조한 경험이 없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9년 미국 크루즈선사 유토피아가 실시한 11억 달러 규모 크루즈선 건조 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됐지만, 선주사의 자금난으로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도 STX프랑스 인수를 통해 크루즈 시장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으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무산시켰다.
한국이 크루즈 산업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진입문턱 때문이다. 유럽 업체가 장악한 크루즈 시장에 진출하려면 시장환경, 수주물량, 자금력 등이 동반돼야 하지만 초대형 여객선을 수용할 수 있는 항구 등 제반시설도 미흡한 한국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높은 선가만큼 원가 부담이 상당한 크루즈선 산업의 수익성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크루즈선 제작을 위해서는 자재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자재공급을 위한 구매 및 물류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사상 최악의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금 원가 부담 리스크가 큰 크루즈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정부의 금융지원, 인프라, 인력 등을 갖춰 벌크선을 필두로 한 다양한 선박 개발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중국과 우리나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조선업체들은 크루즈 선박 개발에 주력하기에는 여력도 부족할뿐더러 큰 리스크를 낼 수 있어 쉽사리 뛰어들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현재는 해양플랜트 사업과 선박 사업 비중의 균형점을 찾고, 이를 통해 실적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