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국민 애국정신 함양, 26억원으로 될 일인가

2015-10-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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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26억원이라 하면 통상적으로 많은 액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금액이 376조원이 한 해의 예산인 국가의 공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금액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더군다나 5,100만여 명의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는 데 사용되는 액수라면 더욱 수긍이 어렵다.

하지만 2015년도 대한민국의 나라사랑 교육 예산은 26억 1,300만원이다. 재적 학생이 1,500명 가량인 의정부시 소재 모 고등학교의 2015년 예산이 28억원임을 감안하면 5,100만 명에 대한 교육 예산으로 책정된 26억원이 어느 정도의 액수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26억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사랑 정신 교육의 내용과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국토·국민·주권의 3요소로 구성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는 옳은 말이지만 이 셋은 국가의 물리적 요소이자 필요조건으로서 국가구성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온전한 국가를 위해서는 위의 물리적 요소를 유기적으로 융화·통합할 하나의 정신이 필요한데, 이 정신이 바로 애국심이다.

즉 애국심은 자유·평화 등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가치 공동체인 국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공적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적 사랑을 국민에게 가르치는 것이 나라사랑 교육이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켜내려는 충심, 사익과 국익이 충돌할 때 사익을 희생하는 헌신,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책임의식 등은 나라사랑 교육을 통해서 함양될 수 있는 국가정신의 정수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규 교과목 중 어디에서도 ‘나라사랑[愛國]’이라는 과목명을 찾아볼 수 없다.

나라사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과목 자체가 드물 뿐더러, 이를 간접적으로 다루는 도덕·국사의 경우에도, 학습 이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양되지는 않았던 것은 필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서, 그 시비는 차치하더라도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통한 나라사랑 정신 함양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이 드는 것이 현 교육계에 의한 애국심 함양 교육의 실태이다.

이렇듯 사실상 방치된 나라사랑 교육을 2000년대 후반부터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여 교재 개발, 체험 및 연수 교육 지원, 교수학습 경진대회, 전문 강사진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포함한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애국정신 함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모성 경비가 80%인 소규모 차관급 기관에서 실시하는 나라사랑 교육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독자적 법규명령 발령권이 없는 기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은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단 26억의 예산으로 5,100만명의 교육 수요와 나라사랑 교육의 중차대성을 감당해내야 하는 점은 나라사랑 교육이 처한 열약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의 회계연도 상 세입·세출에 대한 계획을 가리키는 예산은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가적 합의의 결과물이자 정부 정책 그 자체이다.

376조원의 공적 자원을 중요도에 따라 분배함에 26억원이 나라사랑 교육 예산으로 편성된 것은 나라사랑 교육이 대한민국의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07%에 불과하며, 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관심 또한 이에 준하는 수준임을 나타낸다. 다행히 2016년도 예산안에는 2015년 예산에 비해 73억원이 증액된 100억원이 나라사랑 예산으로 계상되었다.

2015년에 비해 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정부의 우선순위와 국민의 관심도가 다소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100억원의 예산 또한 나라사랑 교육의 중요성이나 대상의 광범성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나라사랑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당 예산을 늘려나감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관련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해당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상향조정 할 필요가 있다.

국민 애국정신 함양은 호국·안보에 직결됨은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발전의 기반이 됨을 감안하면, 이에 소요되는 재원과 공력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써 결코 축소·절약의 대상이 아님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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