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칼 뽑은 KB, 실적 우울… 리딩뱅크 선두 신한에 KEB하나까지 첩첩산중

2015-10-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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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KB금융그룹이 5년 만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지 불과 몇달 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게 된 것은 하루빨리 KB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갈수록 악화되는 내·외부 경영환경 속에서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현재의 덩치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과 치열한 국내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에 이뤄진 KB손해보험(전 LIG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KB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대우증권 인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내부 구조개편이 시급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실적은 발등의 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리딩뱅크 탈환을 천명했지만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최근 통합을 이뤄낸 KEB하나금융이 거세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KB금융 내에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인력감축 및 조직개편과 동시에 대우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 3분기 67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동기(6320억원) 대비 7.4% 성장한 수치다. 연간 누적으로는 순이익 1조963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0%나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연간 순이익 2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록한 데 비해 KB금융은 3분기 순이익이 4071억원으로 전년동기(4463억원) 대비 8.8%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351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9%(1540억원) 증가했지만 신한금융과의 격차는 여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성공한 하나금융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하나금융의 누적 순이익은 1조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1159억원) 커졌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만 봐도 신한은행이 성장세를 이어간 데 반해 국민은행은 뒷걸음질 쳤다. 여기에 KEB하나은행이 추격하고 있어 2위 자리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모양새다. 실적을 봐도 신한은행은 올 3분기 순이익 4625억원을 올리면서 전년동기 보다 7.5%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2336억원을 기록, 지난해 3분기 3487억원과 비교해 33.0%이나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을 비교하면 신한은행은 전년대비 1.5% 줄어든 1조2528억원,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9.4% 늘어난 9638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리딩뱅크 탈환의 길은 먼 상황이다. 특히 하나·외환은행의 손익을 단순 합산한 별도 기준 순이익이기는 하지만 KEB하나은행(9709억원)은 이미 국민은행을 넘어섰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KB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대우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정통 KB맨 김옥찬 SGI서울보증 대표를 다시 불러들였다. 김옥찬 KB금융 사장 후보는 금융지주 업무 전반을 관리하며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윤 회장의 짐을 덜어주는 한편 대우증권 인수작업을 지휘하는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보험 부문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은행 비중이 높고 다른 사업 부문의 경쟁력은 약하다"면서 "KB금융 입장에서는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대우증권 인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KB금융이 캐피탈과 손해보험을 확장했지만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우증권 매각작업과 관련해 KB금융이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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