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잃게 한 프로포폴 재사용…홍종욱 박사 "한번 개봉한 건 6시간 후 폐기해야"

2015-10-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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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민성형외과 ]


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버려진 프로포폴(수면유도제)을 재사용해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의료진은 환자 김 모 씨가 이상 증세를 보이자 응급장비도 없는 개인차량으로 환자를 이송했고, 의사는 다른 수술이 있다며 동행하지 않아 응급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방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재사용해 패혈성 쇼크 등으로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의사 정모(37세)씨와 간호사 장모(27세)씨를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 및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환자들이 몰려 미리 준비한 프로포폴이 떨어지자 수술을 감행하기 위해 의료폐기함에 버린 지 1주일 이상 된 프로포폴 바이알(주사용 약병) 빈 병을 모아 재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성형전문의 홍종욱 의학박사(세민성형외과)는 “프로포폴은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될 경우 병원균에 감염되기 쉽다. 개봉한 약물은 6시간 이내에 써야 하고, 남은 약물은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데 1주일이나 지난 약물을 재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오염된 프로포폴을 인체에 투여했을 때 어떠한 증상이 일어날까.

홍종욱 박사는 “환자가 박테리아에 감염돼 패혈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의료진의 초동조치가 매우 중요한데, 응급의료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개인차량으로 이송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성형수술 관련 의료사고 가운데 의료진의 부주의 및 마취 의료사고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해마다 늘고 있는 마취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그는 “일부 병원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간호조무사나 성형전문의가 직접 마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쌍꺼풀수술이나 코성형과 같이 간단한 수술은 수면마취만으로 충분하지만, 수술시간이 3시간 넘게 소요되는 큰 수술의 경우 무호흡과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대부분의 병·의원에서 프로포폴을 수면마취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단기간 지속적으로 과량 투여할 시 의존성이 강해져 중독수준에 이르거나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홍종욱 박사는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의료진의 의무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위해 환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도움말=홍종욱 박사(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중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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