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국립오페라단은 포용하는 오페라단, 특정 계층에 맞춘 것이 아닌,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단이 될 것이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자질과 전문성 부재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렀다. 취임 53일 만에 물러난 한예진 단장의 후임으로 부임했지만, 오페라 공연에 대한 경험 부족을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김학민 예술감독은 지난 20일 남은 임기 동안의 비전 계획을 발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는 ‘모두를 포용하는 국립오페라단’, ‘오디션 제도의 정례화’, ‘시즌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 ‘개런티 책정의 객관성 확보’, ‘지역 공연 활성화’, ‘해외 오페라단과의 합작 및 해외공연 활성화’, ‘전문 영상물 제작과 DVD 유통’을 주요 기치로 내걸었다.
김 감독은 “전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선보임과 동시에 오페라 매니아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도록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공연 장소도 특정 공연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연장으로 넓혀가고, 지역극장으로도 오페라 무대를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공연에 있어서 캐스팅과 출연 개런티는 민감한 부분이다. 실제로 한 공연의 캐스팅 확정 후 이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례화와 투명화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은 “오디션 제도를 정례화해서 성악가들이 언제든 국립오페라단 무대를 찾아올 수 있도록 국립오페라단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성악가들 뿐 아니라 신진 성악가들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오디션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계적으로 명망 있고 역량이 입증된 성악가들은 초청을 통해 무대에 세우는 방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김 감독은 이어 “운영 효율화의 방침으로 최근 5년 간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출연한 성악가 및 아티스트에 대한 개런티를 조사할 것”이라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스칼라 극장 등 해외 극장의 사례들을 조사 수집한 후 나이, 경력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매뉴얼을 구축해 국내외 아티스트의 개런티 책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즌제와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도 이뤄질 예정이다. 외국의 오페라 공연은 이미 5~6년 이상을 기간으로 미리 계획된다. 특히, 대부분의 유럽 오페라극장은 매년 9월에 시작해 6월경에 마무리되는 시즌제를 도입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국립오페라단도 시즌제를 도입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성악가와 예술가들을 불러올 것이다. 해외 극장과의 협업도 용이해질 것”이라면서 “일정 기간 동안 몇 개의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을 위해 현대오페라 시리즈, 바로크 오페라 시리즈, 창작오페라 시리즈, 국내 연출가 시리즈 등 중장기 공연 레퍼토리 플랜을 확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 공연을 쉽게 접하기 힘든 비수도권 지역 뿐 아니라 해외 무대로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김 감독은 “서울 중심의 공연에서 벗어나 지역공연장으로 공연 개최의 범위를 확대하고, 특히 지역 극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전막 오페라를 선보여 대한민국 전 지역에 양질의 오페라 향유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오페라하우스 및 오페라단과의 협력을 강화해 영국 로열오페라,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 LA오페라 등 해외 공연단체 및 극장과 더욱 활발한 교류를 꾀하고 공동제작 및 교환 공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국립오페라단은 소니뮤직,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과 같은 회사와 협력해 국립오페라단 대표작 영상물 제작과 DVD 유통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