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 형제들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지나치게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의 싸움 역시 도를 넘어섰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신 총괄회장이 머무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도착한 뒤 오후 1시 30분~40분 사이에 신 총괄회장을 휠체어에 태운 채 호텔 밖으로 나갔다.
롯데그룹 측은 인터뷰에서 "신 전 부회장이 측근들을 동원해 총괄회장을 에워싸고 함께 외출했다"며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총괄회장 비서실 직원들은 전혀 손을 쓰지 못했고 행선지도 파악 못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오전 집무실에 도착한 이후 총괄회장을 롯데 비서실 직원들로부터 완전히 격리했고 결국 무단으로 외출에 나선 것"이라며 "연로한 총괄회장의 건강은 도외시한 채 계속 비이성적 행동을 일삼는 것을 보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이 기존 비서실 인력을 차단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는 것은 단순한 건강검진 차원이 아니라 총괄회장을 또 다시 의도된 목적에 활용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자식 된 도리로 고령의 병약한 어른을 내몰고 다니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자제하고 총괄회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을 대변하는 SDJ 코퍼레이션 측은 "롯데그룹의 발표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며 "총괄회장을 오후 2시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건강검진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신 총괄회장이 건강검진을 마쳤는 데 아주 건강한 상태였으며 지금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로 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확인 결과 신 총괄회장이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건강검진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신 총괄회장이 건강검진을 위해 오후 2시에 도착한 후 대기하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검진을 받지 않고 3시 30분 경에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 등이 94세 고령의 아버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은 신 전 부회장이나 신 회장이나 도긴개긴"라며 "신 총괄회장이 이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라면 그의 정신 건강도 온전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