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부임 이후 대표팀은 총 21차례의 A매치 동안 15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71%에 달하고 이 기간 36득점 8실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월 열린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홈팀 호주에 1-2로 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지지 않았다. 최근 북중미 강호 자메이카를 상대로 인상 깊은 경기력을 보이며 3-0대승을 거둬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의 전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몇 년간 암흑기를 겪어왔다. ‘2002월드컵 세대’가 은퇴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까지만 해도 박지성, 이영표, 이운재, 안정환 등이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은퇴 공백은 단시간에 채우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2012년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구자철, 기성용, 이청용 등 젊은 선수들에 이근호, 박주영 등 고참급도 참여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너무 어렸다. 최강희 감독 시절 기성용의 SNS 항명 파동은 어린 선수들 특유의 혈기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반의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여기저기서 ‘선수가 없다’는 말이 쉽게 나왔다. 이근호나 박주영이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기에는 자신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고, 그 정도의 리더십을 보여 준 적도 없었다.
2018년 월드컵에는 현재 국가대표팀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이 된다. 축구 인생에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여기에 레버쿠젠에서 활약 중인 류승우(21)와 바르셀로나 ‘삼총사’ 이승우(17), 장결희(17), 백승호(18) 등 어린 선수들도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성인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신구 조화가 가능해진다. 그때가 되면 2010년 월드컵 원정 16강의 성적을 거둘 당시 박지성의 고참 역할을 기성용이 맡고, 당시 기성용의 패기 넘치던 모습을 이승우가 보여주는 그림이 나올지도 모른다.
더 긍정적인 면은 슈틸리케가 K리그를 비롯해 국내 선수들을 관찰하며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해외파뿐만 아니라 국내파 중에서도 이정협(24), 황의조(23), 권창훈(21) 등 젊은 재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물론이며 향 후 몇 년은 대표팀 ‘노쇠화’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