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비(非) 전문가도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질병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일체형 분자진단 카트리지 및 전자동 장비를 개발했다. 이번 장비 개발로 감염성 질병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으며, 거주 지역에 대형병원이 없는 국민의 감염성 질병 진단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원 한국기계연구원 의료기계연구실 박사팀이 만든 일체형 진단 장비는 핵산 추출, 증폭, 검출의 3단계로 진행되는 분자진단 절차를 하나의 카트리지에서 수행할 수 있다. 권 박사팀은 세척 과정이 필요 없는 개별 팩 타입의 커피 머신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작동 버튼을 누르면 일회용 카트리지에 주입 및 밀봉돼 있던 여러 종류의 시약들이 모터 제어를 통해 차례대로 시료와 혼합돼 약 20여 분 동안 핵산을 추출한다. 추출된 핵산은 장비 하부의 온도제어 모듈에 따라 프로그램화된 과정을 거치면서 증폭하게 되고 실시간으로 광학분석을 통해 시료의 해당 질병 감염 여부를 검출하게 된다.
종전 분자진단 절차의 경우 핵산 추출 1시간, 증폭 및 검출 2시간 등 최소 3~4시간이 소요됐지만 이번에 개발된 일체형 진단 장비는 이 절차를 모두 전자동으로 일체화해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 감염성 질병 진단은 대형병원에서 대형 장비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와 떨어져 거주하는 국민은 질병의 유무를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번 장비가 상용화되면 각 지역 의료시설에서 직접 검사를 할 수 있어 빠른 질병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장비에 필요한 부품 수량을 최소화하고 값싼 카트리지 재질을 사용해 검사 단가를 기존 해외 현장 분자진단 장비를 이용했을 때보다 10분의 1 이하인 2만원 이내로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 해외 장비를 이용한 검사 단가는 20만원 수준이다.
권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감염성 질병에 대해 선택적으로 장소와 관계없이 1시간 내에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것”이라며 “이 장비를 활용하면 동일한 방식으로 식중독 등 전염병을 유발하는 유해균들의 포함 여부도 파악할 수 있어 식품 분야에서도 폭넓게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지멘스(Siemens)에서 대용량 분자진단 장비 개발업무를 담당하다가 국내로 복귀한 후 체외진단 장비 아이템을 구상했다.
연구팀은 미국, 중국 등 해외 특허 2건을 포함하여 총 6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광분석장비 전문업체 및 시약 전문업체 등과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