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불호령' 내린 구본준 부회장, 임원들에 호된 질책

2015-10-11 16:05
  • 글자크기 설정

구본준 부회장[LG전자 제공]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지난 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마련된 한 집무실. 긴장된 분위기가 복도까지 흐르는 가운데 누군가의 호된 질책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날은 LG전자의 사업본부별 업적보고회 날.
이곳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집무실로, 불같이 화를 낸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은 다음달 초 개최 예정인 LG그룹 업적보고회를 앞두고, LG전자의 사업본부별 사업성과와 향후 사업전략을 미리 보고받았다.

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를 맡고있는 구 부회장은 각 사업의 현황과 실적을 꼼꼼히 살펴본 후, 사업본부별 임원들에 대해 불호령을 서슴지 않았다.

올 3분기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은데다 상황을 타개할 이렇다할 전략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실적이 좀체 나아지질 못하다보니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업적보고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 주력 사업부문인 MC부문은 지난 2분기 약 2억원 영업이익을 거둔데 그친 데에 이어 3분기에는 최악의 경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며 시장 기대치가 바닥을 친 상태다.

일각에서는 마케팅 비용의 감소로 3분기 MC부문 영업이익이 300억원 내외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 1분기 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적이다. 다만 계절적인 영향을 받은 H&A부문과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HE부문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줬을지가 의문이다.

올해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수장으로 취임한지 5년이나 된 해다보니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의 급성장, 신흥국 환율 약세,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취임 당시보다 더욱 안좋은 상황이어서 LG전자를 둘러싼 부진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렇다보니 실적이 좋지않은 부문에 대해서는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특히 HE부문에서는 일부 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등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매서운 지적이 이어졌다.

구 부회장은 이날 권봉석 HE사업본부장에게 4분기 이후 상황을 본 후, 스마트 AV기기를 담당하는 CAV부문과 초슬림 프리미엄 노트북 '그램'을 제외한 모니터·PC 사업 등에 대한 단계적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본무 LG 회장 역시 지난 6일 4분기 임원세미나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며 기존 사업구조의 강도높은 변화를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못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은 물론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구 부회장은 자동차부품 등 기업간 거래(B2B) 분야 신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열심히 해줄 것으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최근 기업 운영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에서 아닌 기업간 시장(B2B)으로 중심을 옮기는 상황이다.

특히 LG전자의 자동차 부품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자동차 설계·엔지니어링 회사인 V-ENS를 인수한지 2년이 채 안돼 연매출은 벌써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업체 프리스케일과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며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