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글씨 쓰는 로봇, 즉석에서 원하는 모양의 과자를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해저를 탐사한 후 영상 정보를 이용해 해저지도를 3D로 구현하는 수중탐사로봇, 팔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모터 달린 의자, 기존의 딱딱한 로봇이 아닌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만든 감성로봇.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학기술 작품들이 국립과천과학관 야외에 펼쳐졌다.
과천과학관은 한빛미디어와 공동주최로 10~11일 ‘메이커(Maker)’들이 직접 만든 테크놀로지 DIY(Do It Yourself)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15’를 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메이커 페어는 샌프란시스코, 도쿄, 선전, 로마, 뉴욕 등 세계 각국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다.
‘메이커’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사람들이다. 창의성과 호기심만 있으면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도전 과제를 정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에 따르면 메이커는 돈이나 특허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영리 집단은 아니며 때로는 창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혼자 모든 것을 누리지 않고 자신이 알아낸 것을 공유하고 다른 이의 성과를 격려한다.
‘메이커’라는 말은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 공동창업자였던 데일 도허티가 2005년 창간한 DIY 테크놀로지 매거진 ‘메이크’를 통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나 장비나 도구를 갖춘 특정 장소(메이커 센터)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을 주도했다. 박영숙 대표는 “메이커 센터에서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3D 프린터 등 혁신적인 기술과 독창적인 제조업체가 결합해 물건을 제조한다”고 설명했다.
‘메이커 운동’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지난해 6월 18일(현지시간)에는 백악관에서 ‘메이커 페어’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메이커 데이’를 선언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3D프린터, 스캐너에서 레이저 절단기,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21세기 도구를 접하고 있다”며 “메이커들의 창의성을 응원하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창의 문화를 조성하고 창작자들의 소통·융합형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미래창조과학부 내 무한상상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 MIT의 ‘팹랩’(Fab Lab·디지털 제작장비를 통해 아이디어를 누구나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공 제작공간), 실리콘밸리의 ‘테크숍’(Tech Shop·고가의 연구, 제조설비, 작업공간을 갖춘 발명가들의 놀이터) 등을 벤치마킹했다.
조춘익 과천과학관 첨단기술전시과 공업연구사는 “메이커 페어는 다채로운 창작품 전시는 물론 체험 프로그램으로 제작자와 관람객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이라며 “국민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