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일단락 됐던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2차전에 돌입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신동빈 회장은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운 형에게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며 날을 세웠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를 일방적으로 내쫓은 인륜에도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며 "아버지가 격노하고 또한 매우 상심해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시작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과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일본 법원에 그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7월 28일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법원에도 롯데호텔과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그의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을 상대로 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일본과 한국에서 진행되는 3건의 소송 외에도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경우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국민적 의혹을 밝히기 위해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롯데의 규모가 일본 롯데보다 커진 것에 대해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성장에 필요한 자본공급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1998년 IMF 위기 당시 부족한 외화자금 4억달러를 무상으로 조달해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재계 5위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판단력에 아무 이상이 없다"며 "90세 넘은 고령이어서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제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신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다시 내세우는 것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며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듯이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