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효자 수출품목인 VLCC(초대형원유운반선)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루 용선료가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관심이 모이고 있어서다. 그간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과 일본 업체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4일 클락슨 플라토증권(Clarksons Platou Securities)에 따르면 올 4분기 중 VLCC의 하루 용선료가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VLCC의 하루 용선료는 약 7만 달러 수준이며 10만 달러가 돌파할 경우 이는 손익분기점인 3만 달러의 세 배에 해당된다. VLCC 시장 개선은 국내 탱커 운용사들에 있어서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겨울철 성수기에 진입할 경우 가격 상승이 기대됨에 따라 정유사들의 재고 비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 개선세는 미국과 석유개발기구(OPEC) 회원국간의 헤게모니 싸움과 성수기 진입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글로벌 오일 시장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원유 증산을 이어오고 있고, 이 결과 국제유가가 바닥없는 하락세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심화될 경우 베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원유가격의 하락이 바닥권을 이어오면서 VLCC 발주량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인 클락슨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발주된 VLCC는 총 44척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발주량인 33척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태다. 현재 클락슨은 앞으로 추가발주가 더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VLCC 시장 확대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국제 경쟁력에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모습다. 우선 선박 가격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 선사들이 발주한 VLCC의 금액에서 알 수 있는데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지난 달 5개 일본 선사들은 VLCC 9척을 척당 9200만 달러 수준인 총 8억3000만 달러에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선사인 코스코(Cosco) 역시 자국 조선소에 2척의 VLCC를 척당 9200만 달러에 발주했다. 반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최근 계약한 VLCC의 경우 척당 94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경쟁력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의 경우 글로벌 선사들은 그간 우리나라 조선사가 보여준 납기 및 품질에 대한 유대감이 깊어 쉽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중국과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선박 발주사에 대한 대출 강화에 나설 것임을 이미 천명했고, 일본 역시도 엔저효과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자국 조선소들의 선박수주 활성화를 위해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부실로 조선업이 위기에 처해있지만 이는 극복 가능한 일”이라면서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규모 줄이기가 목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계를 단순화 한다면 지난 30여년간 침체의 길을 걸어온 일본 조선업의 뒤를 밟게 될 것”라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을 수 있는 수주 환경이 필요하다. 이는 곧 조선업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를위한 각 정부 부처간의 대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