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백현철 기자 = "여름에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에 폭설이 오면 불안해서 살지 못해요.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라 조마조마 하고 있어요. 하루 빨리 재개발이 돼야 하는데, 10년 넘게 멈춰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서울시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택순 한남뉴타운3구역 조합 관리이사)
서울시가 최근 한남뉴타운 3구역 사업에 전면적 재검토를 이유로 사실상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보류 이유가 서울시가 수립중인 한강변 관리 기본방향 발표 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비 계획을 새로 수립하게 하기 위한 것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 대로 정비사업이 이뤄질 경우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이 곳은 원형을 최대한 보전한다는 원칙에 따라 고층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해진다.
한남3구역 주민들도 낙후된 동네가 하루 빨리 재개발 돼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표출했다. 한남동 주민 김모(72)씨는 "화재가 나도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해 큰 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인간의 기본적인 안전도 지켜지지 않는 동네가 너무 불안해 하루 빨리 재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 3구역 몇몇 주택은 불에 타 방치돼 있었다. 또 오랫동안 이어진 재개발 정책에 지쳐 떠난 주민들의 빈집들이 간혹 눈에 띄였다.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은 "4000여가구 중 이미 150여가구가 동네를 떠났다”며 "불에 탄 집과 빈집들이 동네 미관을 해치고 청소년 범죄에 악용돼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조합 측은 서울시가 전면 재검토에 대해 확실한 근거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서울시가 7차례나 상정한 건축 심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일관한다면 항의 집회를 할 계획"이라며 "10월 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1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사업이 조속히 해결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한남뉴타운 사업에 대해 기본계획을 재수립하는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그동안 재개발을 위해 투자한 시간적, 비용적 손해에 대해 확실히 보상 받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3년 서울시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래 10년 넘게 지체된 뉴타운 사업이 한남동 일대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남역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남 뉴타운 예정부지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도 20% 가량 떨어졌다"며 "한남동 뉴타운 사업 진행 여부가 확실하지 않으니 문의 전화도 없고, 매물을 찾는 투자자들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