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가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당청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지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 아니다"며 5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첫째는 소위 말해서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느냐, 민심 왜곡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잘 알다시피 안심번호가 있다고 하지만 먼저 지지정당 묻고 난 뒤에 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결과적으로는 민심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문제를 선관위가 관리하면 그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 같은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점"이라며 "국민공천이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보다는 어떻게 보면 세금공천이랄까, 이런 비난의 화살이 더커지는 것 아닐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험한 바 있지만 전화 여론조사에서의 응답과 현장 투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느냐"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점 역시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룰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안심번호 공천제’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기다렸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안심번호 공천제 반대 입장에 쐐기를 박은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김무성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단순한 기법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 직후 김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식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하고 나서 사실상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유엔 방문 기간에, 그것도 하이라이트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불과 반나절도 남지 않은 시점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전격 회동해 덜컥 합의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아닌 여야 대표 합의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이목이 온통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및 이탈리아 공식 방문차 외국출장을 떠났을 때 김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어서 청와대는 더욱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오픈프라이머리 실현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간주, 강력 저지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측이 “이런 저런 중요한 일이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라든지 내부적 (논의) 절차없이 이렇게 됐고, 그래서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도 결국 김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 내에서 돌고 있는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설과 맞물려 현직 청와대 참모진 중 일부가 자천타천으로 출마 예상자로 거명되는 등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이 이번 일을 계기로 갈수록 첨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 총회 기간 동안 7차례나 만나면서 교감을 쌓은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대가 기정사실화된다면 친박계 대선주자인 ‘반기문 대망론’에 밀려 여권 유력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게 되고, 내년 총선에서 비박계의 공천 지분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시급한 노동입법과 경제활성화 입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당청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당분간 친박-비박계가 ‘안심번호 공천제’ 등 총선룰을 놓고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