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수료생 600여명 줄어든 이유는?

2015-09-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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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운영하고 있는 기술교육원 수료생 수가 2013년 대비 2014년에 600여명이 줄었다.

교육수료생의 감소는 관련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가 그만큼 줄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개별 기업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 수급체계가 불안정해지면서 중장기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최근 발간한 ‘2014 조선자료집’에 수록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불안감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수료생은 1414명으로, 2013년 2045명에 비해 631명이 줄었다. 조선업황이 최대 호황이던 지난 2008년 316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1424명, 2010년 756명까지 줄었다가 2011~2013년 기간 동안 매년 2000명이 넘는 수료생을 배출해왔다가 지난해 1000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2013년 440명 → 2014년 405명)과 현대미포조선(350명 → 116명)도 역시 줄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985명 → 1129명), 삼성중공업(450명 → 572명) 등 다른 조선사들은 수료생이 늘었다.

기술교육원은 조선업체들이 자사는 물론 중소기업에 필요한 생산인력을 대신 양성해 주는 사업을 진행한다. 용접·도장·전기·기계 등 각 분야별로 3~5개월간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 후 조선소나 협력회사, 중소기업 등에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기술교육원을 수료한 뒤 협력사에서 1년을 근무하면 본사 조선소에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기술교육원에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한때는 평균 3대 1에 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드러난 대규모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선박 수주량이 감소해 사내협력사에서 인력 수요량이 감소했다. 일거리가 줄어든 만큼 필요 인력도 줄어들어 입학정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사례에 따르면, 올해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기술교육원 입학정원을 줄일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조선업계에서도 취업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술교육원 뿐만 아니다. 조선관련 대학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대학교 조선 관련 학과 졸업생 480명중 취업자 수는 308명으로 취업률은 64.1%였다. 2007년 80.9%에 달했던 조선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이후 매년 줄어들더니 지난해 61.9%까지 떨어졌다. 취업률로만 보면 지난해 회복이 된 듯 하다. 하지만, 지난해 졸업생 수는 2009년 460명 이후 가장 적은 수였으며, 취업자 수는 2014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 졸업생 수의 급감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졸업생 수는 97명으로 2009년(94명) 이후 5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취업자 수는 61명으로 역시 2010년(98명)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졸업 및 취업자 수는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3년제 전문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문대 졸업생은 519명으로 2013년 936명에 비해 55.4% 수준, 취업자 수도 377명으로 전년 657명 대비 57.4%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대학원과 전문대학의 경우 지난해 모집정원은 각각 660명, 964명이었으나 실제 입학한 인원은 159명, 762명에 그쳤다. 4년제 대학교 조선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조선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원 및 전문대학도 입학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젊은 인재들이 더 이상 조선업을 비전 있는 분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입사하는 직원수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조선산업 근로자 수는 20만4635명으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근로자 수 증가는 신입직원의 입사 증가분보다 장기 근속 직원들의 퇴사 비율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회사를 떠나는 숙련공과 신입직원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주축이 되고 있는 조선업계 1세대들이 대거 퇴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즉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닥칠 경우 자칫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플랜트 건조 노하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대학 출신 인력의 조선사 취업 감소로 인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야할 기술직 지원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조선업계에는 불안 요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황 부진으로 인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실시돼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이 불안정해진 게 사실이다”며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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