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김종호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연내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가운데 주택 매매·전세시장의 가격 상승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계부채와 금리인상 등의 변수가 수요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 무리한 주택 구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 80개 단지, 8만3528가구가 신규 분양에 나선다. 월별 연내 최대 물량으로, 연말까지 서울·수도권에만 11만5000여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기존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는 강남권 재건축,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중심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분양시장 호황에 건설사들이 '물량 밀어내기'를 본격화 하고 있어 올해 전국에서 무려 46만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주택 매매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유통학과 교수는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임차가구의 매매수요 전환과 저금리 기조 유지에 의해 투자심리를 얻은 매매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매매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물론 투자수요 감소, 실수요 기반영 등으로 뚜렷한 상승을 기대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가격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가격 상승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며 "집을 사는 것은 내년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계 사정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1130조5000억원으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더한 '주거대출' 총액이 절반을 차지해 향후 금리인상에 대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젊은 무주택 가구주들의 자산이나 소득에 비해 집값 수준이 여전히 높아 적정 수준의 합리적인 대출 사용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금리 상승에도 상환 등의 대응이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는 전세 불안과 임대시장의 주거비 부담 증가가 전제됐다. 저금리 기조 속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크게 높아지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서울은 70%를 돌파해 1988년 이후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함영진 센터장은 "지난달 매매와 전세거래가 동시에 이뤄진 서울·수도권 아파트 1291곳 중 무려 12%(155곳)가 넘는 단지의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사철이라 전세수요는 많은데 상당수가 월세로 전환됐고, 재건축 이주수요로 인한 멸실 문제도 있어 전세가격 오름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대상이 노인층이나 대학생 일부에 한정됐고, 소요시간이 길어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까지 임대시장의 주거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세보증금 상승분의 월세 전환, 깡통주택 우려에 따른 임차인의 자발적 월세 전환 등에 따라 반전세 계약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