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인터넷 명예훼손글 제3자 신고허용…‘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목소리도

2015-09-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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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 신고만으로도 심의에 나설 수 있도록 심의 규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공적인 비판 기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에 자신의 '성행위 동영상'이 게시돼 있다며 민원을 제기해 삭제한 경우는 무려 1400건이 넘는다. 하루 4건에 가깝다.

방심위에 민원을 내는 이들은 온라인에 유포된 문제의 동영상으로 끔찍한 고통을 받은 이들로, 영상 속 피해 여성이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다.

피해자들은 인터넷에 유포된 동영상을 접할 때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지우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문제는 본인도 알지 못하는 웹사이트에까지 영상이 올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현행 방심위의 심의규정상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심의 요청은 당사자나 그 대리인만이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렇다 보니 피해자 외에 가족이나 지인이 먼저 문제의 동영상을 발견하고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이를 삭제할 방법이 없다.

일반인이 음란물을 전문으로 올리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본인이 도움을 받아 음란 사이트를 떠도는 문제의 동영상을 찾아내 신고하지 않는 이상 '모두 삭제'는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방심위 내부에서는 제3자 신고가 가능해질 경우 이전보다 성행위 동영상 등 불법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방심위 차원에서도 불법 게시글 대응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공인'의 명예훼손성 게시글에 대해 법원의 최종 유죄판결 전에는 제3자의 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심의규정 개정 논란이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만 번지는 것에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방심위 관계자는 "성행위 동영상 유포 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제3자의 적극적인 심의·삭제 요청이 있어야 도움이 된다"며 심의 규정 개정의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심위 심의규정 개정을 둘러싼 논란 해소는 결국 박 위원장 말처럼 '공인 배제' 원칙이 심의규정 개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개정안 시행 이후 실제 심의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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