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한은 전망치인 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 경기 침체와 한국 수출 부진 탓에 비관론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10개 해외투자은행(IB)이 예측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6%다. 올 초(3.4%)보다 0.8% 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정부(3.1%)와 한국은행(2.8%) 전망치보다 낮다. 특히 해외 IB중에서도 독일의 데카방크는 2.1%로 전망했고 노무라, IHS이코노믹스, ANZ은행, 웰스 파고 등은 2.2%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무디스, 코메르츠방크 등은 2.3% 성장을 예상했다. 이런 예측이 맞으면 우리나라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5.0% 감소한 수출이 하반기에는 7.4%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8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은이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가 개선되고 있지만 미약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은 미흡하다"며 "이달 남은 10일 중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9월 수출도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76억7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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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보는 시각이 퍼지자 이주열 총재는 진화에 나섰다. 이날 이 총재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일각에서 올해 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낮게) 보곤 하는데 수출 부진을 고려해도 경기가 그렇게까지 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2분기 부진을 반영해 기존 7월 경제전망치에 약간의 수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끝나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며 "추석을 계기로 내수도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석 직후인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정했다. 미국의 경우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데이로 정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데, 이 기간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약발'이 얼마나 먹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연구원은 "정부까지 나선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반짝 소비를 끌어올리는 미봉책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내수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