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만 이번이 세 번째 특강이다. 전임 의장들과는 달리 김 의장은 여타 강연회에 심심찮게 초청되곤 한다. 단순히 ‘도 의장’이라는 직함의 상징적인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지나온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얘기할만한 ‘꺼리’가 있다는 뜻이다.
특강 대상이 대학생들이어서인지 얘기 첫 마디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대학 시절로부터 시작됐다. 김 의장의 특강을 직접 들어보고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본다.
◇24년만에 대학 졸업, 가는 곳마다 요주의 인물
그가 대학생일 때는 서슬 퍼런 군부독재와 ‘유신’의 칼날이 이 나라를 유린하던 시절이다. 대학의 낭만이나 자유 따위는 사치에 불과했던 암흑의 시대, 캠퍼스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여느 학생들처럼 그의 젊음도 온전할 리 없었다.

▲전북대 정치외교학과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벌이고 있는 김광수 전북도의장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선택한 것은 낡은 '책’이 아닌 시대를 향한 ‘저항’이었다. 숨 막힌 강의실을 뒤로 하고 속칭 ‘운동권’이라는 곳에 몸을 담았다. 이후의 삶은 뻔했다. 수배와 도피생활의 연속이었다.
학생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공장 ‘위장 취업’은 그가 선택한 또 다른 가시밭길이었다. 그곳에서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외쳤다. 그는 가는 곳마다 요주의 인물로 낙인됐다. 교도소 수감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악스런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새 세상이 찾아오면서부터는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럴 즈음 지방의회가 부활되면서 자연스럽게 의회로 진출하게 됐다. 올해로 지방정치만 14년 째. 전주시의원 2선에 전북도의원 2선이다.
◇누더기 지방자치법은 ‘군림’과 ‘지배’ 그 자체
대학시절부터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탄탄하게 다져진 그의 내공은 지방의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도의회가 예전에 비해 상당부분 달라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의원들의 탁상 식 의정이 아닌 현장 중심의 활동이 부쩍 늘었다. 공부하는 의원들도 많아졌다. 조례 재·개정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질적으로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태에 젖은 조직 개편도 하나 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광속처럼 빠르게 진화되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현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만큼은 ‘유아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오늘의 서글픈 현실이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말은 아예 고전에 속한다.
기득권 세력들이 제 입맛대로 짜깁기 해놓은 지방자치법은 시대가 한참 변해 누더기처럼 탈색되고 썩어있는데도 세월을 잊은 채 예전 그대로 초법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루하루 형형색색 새 옷으로 치장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변하지 않은 거의 유일하면서 희한한 존재가 바로 지방자치법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 젊은이들 적극적인 참여 절실
일상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정치다. 원하던 원치 않던 그건 일반인들에겐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치가 그처럼 우리 일상을 가까이서 지배하고 있는데도 일반인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젊은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자신들의 소중한 권리(투표)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 최선은 아닐망정, 차선조차 거부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거 투표율이 저조하다 보니 굳건한 조직을 갖춘 자격 미달의 특정 토호 세력과 특정 정당이 득세하는 건 당연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하는 세상이다.
한쪽에서는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를 마치 코미디처럼 ‘희화’하고 무기력화 시키는 작업을 벌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일부 언론(특히 종편)들이 더욱 광적이다. 일반인들이 정치를 혐오할수록 그들의 절대 권력은 더욱 굳건해 지기 때문이다. 무관심이 보편화 되면 남는 건 독버섯뿐이다.
히틀러의 ‘한 표’는 세계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꿔 놨다. 독일 니치당의 수장 히틀러가 단 1표 차이로 당선돼 전 세계를 제2차 세계 대전의 파국으로 이끌었다. 투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단적인 예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인 1954년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도 단 한 표가 모자라 발생했던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다.
이처럼 국민들의 한 표는 역사를 뒤바꿀 수 있고, 때론 우리들의 삶을 좌우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출발점이며 꽃이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절대 권력(자)이라는 독버섯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