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동결했지만… 신흥국 화폐가치 끝없는 추락

2015-09-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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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신흥국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신흥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과거 위기 수준을 넘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화폐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신흥국 환율 상승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지난 18일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였지만 곧바로 달리진 것이 없다는 인식이 떠오르며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오후 5시40분 현재 전날보다 0.69% 오른 달러당 4.3013링깃에 거래되면서 지난 8일 기록한 고점(4.3393링깃)에 육박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에 기록한 4.7700 링깃과 10%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링깃화는 지난 18일 대비 2.5% 올랐고 작년 말과 비교하면 23.0%나 치솟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같은 시간 기준 달러 대비 환율이 1만4500 루피아로 전일 대비 0.1% 상승하면서 1998년 7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세를 감안하면 외환위기 당시 최고점인 1만6525루피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루피아화는 오름세를 계속 지속하며 올해 들어 상승폭이 17%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외환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심리적 지지선인 현재 수준을 방어하려고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 관련 불안이 시장에 가득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투기등급으로 추락한 브라질의 헤알화는 지난 21일 달러당 3.9851 헤알로 200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헤알화는 달러 대비 환율이 올해 들어 50%나 뛰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요주의' 국가로 거론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랜드화 가치가 22일 1.62% 뛰었다. 랜드화는 올해 들어서 17%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우 미국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만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미국이 긴축에 들어가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과거 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도 상승 추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미 작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배럴당 45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앞으로 추가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유가가 이보다 50% 이상 하락해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 신흥국들은 어려운 대외여건을 견뎌내기 어려운 체질을 갖고 있다. 

특히 HSBC는 부채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킨 경제는 미국 금리 인상에 특히 위험하다며 말레이시아를 대표 국가로 꼽았다. 올해 1분기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35%까지 올랐다. 세계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2009년 1분기(115%)보다도 20%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내부 정치혼란 역시 신흥국들을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비자금 의혹으로 갈수록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 주도로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까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나집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가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매하는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도 아직 경제회복 방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요구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 신흥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이는 2001년 성장률(4.9%)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6.2%에서 6.0%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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