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철강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세계 철강업계가 대체시장 발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핵심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중국의 선제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내수시장과 중국의 전방위적 '물량공세'로 가뜩이나 움츠려든 한국 철강업계는 핵심 수출시장인 아세안으로의 수출 통로마저 차단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스틸(寶鋼·바오강)은 광둥(廣東)성 쟌장(湛江)시 둥하이다오(東海島)에 설립한 최첨단 제철소를 오는 25일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이 제철소는 '바오강 쟌장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지난 2012년 중국 국무원의 비준을 얻은 이후 3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투입된 자금은 총 696억 위안(약 12조8000억원)으로, 연간 생산량은 철 920만톤(t), 강재 938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남부에 들어선 두 제철소는 사업모델과 방향 등 여러 면에서 일치한다. 두 제철소 모두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고급 박판생산을 중심으로 중국 남부와 인접한 동남아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는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품목 및 지역다변화를 본격화하는 중국 철강업계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전세계 최대 수출 격전지로 떠오른 아세안 시장에서 발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아세안 수출은 지난 2010~2014년 연평균 33.7%의 증가세를 보였고, 5년 연속 확대됐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같은 기간 각각 4.1%와 3.0%를 기록했다. 중국의 아세안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5년 52.4%에서 지난해 70.2%로 껑충 뛰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는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빠르게 수출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속에 한국 수출시장의 수출 내몰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상반기 중국의 철강수출은 28% 급증한 반면, 일본은 1.6% 증가에 그쳤고 한국은 0.2% 감소했다. 중국 철강은 올해 수출량 1억t 목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같은 추세는 향후 2~3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전반의 성숙기 진입에 따른 내수 부진과 중국 철강의 시장 잠식으로 한국 역시 대체시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중국이 단순한 물량공세를 넘어서 아세안 국가에 하공정 투자를 진행하려는 전략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하공정 설비 선진출을 통한 소재수요 확보 전략을 구사중인 만큼, 철저한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세안 지역을 둘러싼 세계 철강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생산기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의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