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차이쟈(白菜價·배춧 값)로 불리는 저가의 중국 철강은 우리나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입량의 65%를 차지하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지난달에만 전년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 철강이 가격경쟁력에 기술력이라는 두가지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시장에까지 중국산이 범람하면서 자칫 미래 먹거리마저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과 함께 한국 수출시장의 내몰림 현상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 철강수출은 28% 급증한 반면, 일본은 1.6%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0.2% 감소하며 더욱 위축된 양상을 드러냈다.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하고, 자칫하면 통제의 경계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무분별하게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철강산업의 생태계마저 흔들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철강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조선, 화학, 전자, 섬유 등 여러 제조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계의 체질개선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시점에 기업노조는 임금을 놓고 파업을 벌이고, 정부는 개혁을 늦추고 있다. 자신들만의 성(城)안에서 치열한 각개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골든 타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