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재신임에 성공하면서 ‘승부사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를 거두면서 당 대표인 치프라스가 다시 총리 자리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 국민투표부터 자진 사퇴까지…”숨길 수 없는 승부사 본능”
치프라스 총리는 당시 채권단이 제안한 긴축안에 반대해야 재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리스 국민 10명 중 6명은 7월 5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긴장이 이어지던 협상 과정에서 적절한 완급조절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사퇴 카드를 집어 들었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거치며 시리자 내 분열이 깊어지고 연립정부가 무너지면서 총리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직서를 낸 직후 치프라스 총리는 곧바로 조기총선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당시 그리스 안팎에서는 총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민심 달래기· 3차 구제금융 이행 등 해결 과제 산적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시리자를 지지한 국민들은 대부분 치프라스 총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전직 교사 엘리사스 파파스는 "(긴축안 수용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긴축안 대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선택했다면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기 총선에서는 개표율 89% 기준으로 시리자가 득표율 35.55%를 넘어서면서 보수 정당인 신민주당을 비교적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결국 치프라스 총리는 1월 총선과 7월 국민투표, 9월 조기총선까지 3차례 치러진 투표에서 모두 승리했다. 다만 1월 총선과는 달리 좁아진 입지를 감안해야 한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절반을 넘어 다시 연정을 구성할 수 있지만 지난 1월보다 의석수가 7석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스는 앞으로 3년간 860억 유로(약 115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다. 유럽안정화기구(ESM)로부터 첫 분할금 130억 유로를 받아 일부 채무액도 갚았다. 이제 치프라스 총리로서는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전제 조건이었던 민영화·부가세 등 세제 개편 같은 긴축안을 순조롭게 이행하는 일만 남았다. 사상 최악의 긴축안을 수용하면서 돌아선 민심을 달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