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방문한 토니 레튼 아트라스콥코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발렌베리 가문은 장기 투자자의 역할을 잘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소유구조를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오너 발렌베리 가문의 성공 비결에 대해 가문의 핵심 지주사인 아트라스 콥코의 전문 경영인인 로니 레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해 설명했다.
레튼 회장은 아트라스콥코 그룹 역사에 있어 11명의 전문경영인 CEO이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50년 역사를 눈 앞에 둔 회사가 단 11 만이 CEO에 올랐다는 것은 전문경영인이 오너 못지 않게 오랜 기간 경영을 책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들 CEO들 한 사람당 평균 재임기간은 평균 12.9년에 달한다.
레튼 회장은 “발렌베리 가문은 아트라스콥코를 시작으로 유수의 기업을 키워냈다. 이들(오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가는지를 잘 알고 있다. CEO(전문경영인)에게도 장기적 안목으로 성공을 도모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단기성과를 소홀이 할 수 없다. 장기적 성과는 단기성과의 총합이다. 그래서 늘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는, 오너가 먼 장래를 내다보고 흔들리지 않게 방향을 잡으면, 전문 경영인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단, 단기성과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 경영인들이 오랜기간 동안 경영에 올인할 수 있도록 해, 오너의 지향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의사결정에 오너들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통해 대화한다. 이사회는 1년에 6차례 열리는 데, 이를 통해 오너와 CEO간 대화가 이뤄진다. (오너 주도가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며 “발렌베리 가문이 모든 기업의 주식을 100% 보유한 것은 아니다. 각 회사에는 많은 주주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간 협업을 통해 발렌베리가는 아트라스콥코를 비롯해 에릭슨(통신장비), 아스트라 제네카(의약품), SAS(항공운수), 사브(항공기 제조), 롤스로이스 스카니아(대형트럭), ABB(전력.로봇), SEB(은행), 감보로(투석치료), 일렉틀룩스(가전), OMX(증권), WM데이터(IT컨설팅)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키워낼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재벌 가문은 경영권 분쟁을 겪었는데 발렌베리 가문은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문 내부에선 어땠는지 모르지만 갈등이 물 위로 올라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발렌베리 가문이 5대째 순탄하게 이어진 비결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투명성 덕분”이라면서 “힘의 역학관계가 아니라 역량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튼 회장은 이날 인수·합병(M&A) 및 시설 확장 등 투자 확대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한국에서의 매출액을 1조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레튼 회장은 “아트라스콥코 코리아는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90여개 글로벌 지사 가운데 7번째 규모”라면서 “건설·중공업·전자·건축·자동차·운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아시아 최고 생산 기지인 한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1년 설립된 아트라스콥코 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 공장 2곳이 있는 글로벌 진공펌프 회사 에드워드를 인수하고 압축기 사업부문에 진공솔루션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에드워드가 반도체 설비·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직류 플라스마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업체인 앱시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진공 솔루션 성장동력과 첨단기술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레튼 회장은 추가 M&A 계획에 대해 “언제나 인수 후보를 살펴보고 있고 시장의 지도를 그려보고 있다. 압축기 툴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는 한국기업을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장경욱 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사장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우리가 거둔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돼 비즈니스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어 M&A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중국에 집중했는데 최근에 한국에 눈을 돌려.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마다 M&A 팀이 있어 1년 내내 대상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트라스콥코 코리아는 지난해 1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매출 4400억원의 에드워드 코리아를 인수한 뒤 규모가 595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6500억으로 잡았다.
레튼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 진공펌프 시장의 전략 기지로 삼아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한국은 삼성과 LG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있는데, 이들 한국기업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생산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아트라스콥코는 이들 한국기업의 국내 생산은 물론 182개국에 전개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기업의 해외진출도 지원할 수 있다. 로컬과 글로벌이라는 두 가지 비즈니스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시장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지역 사업에 뛰어들겠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킨다는 인정받는다면 할 수 있겠다”면서도 “아트라스콥코는 글로벌 기업이다. 민주주의 원칙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