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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우리는 대개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한다. 세계 어디에서 한국과 일본만큼 역사, 지리, 경제, 문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긴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일본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충돌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한반도를 강압으로 병탄한 일이야말로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에서는 정치인, 군인, 민간인 등 많은 사람이 각자 목적을 가지고 한반도로 건너왔다. '목화꽃과 그 일본인'의 주인공 와카마쓰 도사부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와카마쓰는 일본 정부 외교관으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인생의 절정기를 외교관으로, 사업가로 26년 동안 한반도에서 보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살다 간 많은 일본인 가운데 특히 와카마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화학섬유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가 입고 덮은 옷과 이불 등에 쓰인 목화를 한반도에 들여와 널리 재배할 수 있게 하고, 천일염전을 도입해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소금을 먹을 수 있게 한 사람이 바로 와카마쓰다.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었지만 일제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짙게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일본, 일본인이라면 먼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며 밝은 미래를 희망하려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재평가하는 일 또한 가치 있고 뜻깊은 노력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통으로 알려진 저자 김충식과 도쿄 다이도분카대학 안몽필 명예교수의 노력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착한’ 일본인 와카마쓰의 삶과 행적은 우리가 한일관계사를 큰 틀에서 겹눈으로 바라보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284쪽 |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