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안병훈, “승열이 실수로 우승해 차마 기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2015-09-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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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에서 동갑내기끼리 명승부 펼쳐…“내년 리우올림픽에는 함께 나가야지요”

동갑내기 안병훈(왼쪽)과 노승열이 4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20일 인천 베어즈 베스트청라GC(파71) 18번홀(파4) 그린.

안병훈(24)과 노승열(24·나이키골프)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 선수는 전홀까지 12언더파로 공동선두였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노승열이 3퍼트로 보기를 하고, 안병훈이 2퍼트로 파를 하면서 우승컵은 안병훈 몫이 됐다.

두 선수는 1991년생 ‘동갑내기’로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는 사이다. 이날도 18번홀 그린에 이르기까지는 얘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친구 사이에도 어색함을 남기고 말았다. 안병훈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기뻐하는 대신 손으로 입을 막고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안병훈은 우승 후 기자실에 들어와 “웃지 못하겠더라.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으면 몰랐는데, 내가 파를 잡고 친구는 실수로 보기를 하면서 승부가 갈려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국내 대회 첫 승을 노렸다. 프로전향은 노승열이 2008년, 안병훈이 2012년으로 노승열이 앞섰다.

두 선수 모두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노승열은 웬만한 국내 대회는 ‘최연소’ 타이틀로 석권했다. 안병훈은 2009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그 이듬해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에도 출전했다.

프로 전향 후 두 선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생활했다. 2012년 미국PGA투어에 진출한 노승열은 2014년 취리히클래식에서 첫 승을 거뒀다. 유러피언투어 2부투어에서 활약하던 안병훈은 올해 정규투어에 진출했고 지난 5월 메이저급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세계랭킹은 안병훈이 앞선다. 안병훈은 56위로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가장 높다. 노승열의 랭킹은 153위다.

최종일 경기는 막상막하였다. 한 선수가 버디를 잡고 앞서나가면 곧바로 다른 선수가 따라잡는 식이었다. 갤러리들도 모처럼 펼쳐진 박빙의 승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우승컵은 안병훈이 가져갔지만, 안병훈은 “내년 리우 올림픽에 승열이와 함께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궁극적 목표인 미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21일 독일로 떠나 유러피언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다. 연말께 세계랭킹을 50위 안으로 끌어올리면 내년 마스터스를 비롯해 미PGA투어의 메이저(급)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그 기회를 통해 상금을 쌓아 내년말에는 미PGA투어카드를 따겠다는 생각이다.

안병훈은 국내 첫 승의 의미를 부여했다. “골프에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어요. 나흘동안 더블보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고요. 3라운드 때에는 파5홀에서 OB를 내고도 보기로 막았습니다. 쇼트게임 수준이 만족할만큼은 아니라도, 높아졌다고 자부합니다. 집중력도 좋아졌고요.”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5년간 KPGA투어 시드를 부여한다. 안병훈은 ‘시드를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한편 안병훈과 생년월일이 같은 이시카와 료(일본)도 이날 일본골프투어(JGTO) ‘ANA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같은 사실을 알리자 안병훈은 “그러냐?”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안병훈은 오래전에 이시카와가 자신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갑내기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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