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SK그룹 및 SK텔레콤 자사주 취득이나 원샷법 등 사업재편에 대한 과세 특례와 맞물려 SK하이닉스의 지분이동설이 관심을 모은다.
20일 SK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홍콩, 대만 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최태원 회장은 오는 22일 스페인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SK루브리컨츠와 스페인 렙솔이 합작한 이번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 회장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렙솔 본사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다음달 말 열리는 사장단 세미나에 참석해 직접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오랜 수감생활로 최 회장이 사장단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3년 만이다.
그 중 대두되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지분 이동설이다. 손자회사로 머물기엔 SK하이닉스가 너무 비대하고, 지주회사의 배당재원을 확충하는 데도 SK하이닉스 위치를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은 16%의 법인세 차감 후 SK텔레콤의 순이익에 반영돼 SK지주회사의 연결 이익에 반영된다. SK하이닉스가 지분 이동해 SK지주회사의 연결기준으로 바로 인식되면, 법인세 차감이나 순이익이 희석되는 부분을 줄여 지주회사의 순이익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SK그룹측은 그러나 SK지주회사 합병도 처음 합병설이 제기된 이후 실행까지 6년여 기간이 걸린 것처럼 구조개편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적자를 보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주주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이번엔 실적이 좋은 SK하이닉스를 분할하는 데 SK텔레콤 주주들의 반대가 클 수 있어 구조개편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지주회사의 발행주식수 대비 5%의 자사주를 11월 27일까지 취득할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연말이나 내년쯤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자사주 취득은 지배구조개편의 사전 준비 작업이란 시선이 있다. 지배구조 변환 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고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주주 지분율 상승으로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모회사인 SK텔레콤도 이달 안에 4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이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언급했다. 재계는 SK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선행할 것이라 내다본다.
정부여당이 연말까지 기업구조조정촉진을 위한 ‘원샷법’을 개정할 방침인 것도 지배구조개편설에 힘을 더한다. 원샷법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업간 사업개편을 위한 주식교환 시 특례 등 사업재편계획에 대한 여러 과세 특례 법안도 정부에서 입법 추진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할 것으로 보여진다.
2017년 말에는 대통령 선거로 지배구조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분할·합병 등에는 기본 수개월에서 1년여 정도 기간이 걸려, 구조개편이 연말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