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구매 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제공]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일본의 엔저 현상 등으로 발길을 돌렸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8월 한 달 동안 이전보다 오히려 더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면세제도 확대와 엔저 영향으로 인해 한국 대신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가 증가했다. 반면에 국내의 경우 지난 5월 발생한 메르스 여파로 인해 7월 한 달 동안 방한한 유커는 25만563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1% 감소했다.
하지만 급감했던 유커는 8월 들어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8월 1~17일까지 누적 중국인 매출(은련카드 사용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발생 전인 1~5월의 유커 매출 증가율(52%)와 육박하는 수준이다. 6~7월 메르스 사태 당시 31%나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8월(-8%)을 포함해 최근 한 달 보름 동안 유커 소비가 늘면서 이전 추세를 회복한 것이다.
메르스 탓에 6월(작년 동기 대비 -40%)과 7월(-50%) 반 토막이 났던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의 유커 매출도 최근 1~2주 사이 반전했다. 8월 넷째 주(-5.4%)까지만 해도 여전히 작년에 미치지 못 했던 이 면세점의 유커 매출은 9월 1주차(8월 31일~9월 6일)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까지 뛰었고, 2주차(7~13일)에는 증가율이 20%대에 진입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중국인 매출도 증가했다. 이 점포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가량으로 높아 외국인 관광객 방문 추이에 따른 매출 변화가 잘 관찰되는 곳으로 올해 들어 6월과 7월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0%, -61.3%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9월(9월 1~17일)들어 전년 동기 대비 58.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통 업체는 중국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중추절(9월 27일)과 기념일인 국경절(10월 1~7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맞춰 유커 잡기 마케팅에 총력을 쏟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가을 세일과는 별도로 18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본점을 방문한 유커 중 1명을 추첨으로 뽑아 '황옥 입식 관통 주전자'라는 이름의 옥공예품을 증정한다. 중요무형문화재 100호로 지정된 옥공예 장인 장주원 선생이 만든 작품이다.
또 본점과 인천공항철도역·홍대·동대문 등 서울 지역 6개소에 '비콘(beacon)' 서비스를 통해 유커가 '중국 카카오톡'격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신'을 켜고 '흔들기' 기능을 사용하면 경품 행사에 자동으로 참여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8' 숫자에 맞춰 8888명에게 전기밥솥·휴대전화·핸드백 등을 준다.
신세계백화점도 다음 달 31일까지 화장품·패션의류 등 150개 브랜드를 구매하고 여권을 제시한 외국인 고객에게 10~3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또 국경절 기간 중국 은련카드로 구매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5%의 할인 혜택을 준다. 50만원이상 구매객에게는 구매액의 5%에 해당하는 신세계 상품권도 추가로 증정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중국인 VIP 전용공간을 통해 통역 서비스와 다과를 제공하고 있으며, 무역센터점은 쇼핑과 의료 서비스가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도 25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3일 동안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12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골든세일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또 외국인 전용 ‘글로벌 VIP 라운지’를 마련하고 통역부터 쇼핑 안내까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배우 추자현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코엑스몰은 유커 쇼핑 편의를 위해 ‘알리페이’를 도입했고, 외국환 현금결제 시스템과 자국 화폐 카드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결제 시스템과 서비스도 시작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과 제주점은 국경절을 앞두고 다음 달 31일까지 300달러 이상 구매한 중국인 자유여행객에게 1000만원·500만원·100만원·1만원 선불카드 등을 받을 수 있는 즉석 당첨 쿠폰을 증정한다.
롯데면세점은 당초 11월로 예정된 서울 패밀리 콘서트 일정을 10월로 앞당겼다.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한류 행사에는 중국인 2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도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역·잠실·월드타워·제주·영종도·김포공항 등 6개 점포에서 과자·김·위생용품 등 중국인 인기 제품을 최대 30% 싸게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