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 물품보관함 속 비밀
주인 잃은 물건들의 집합소인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는 헌 양말부터, 살아있는 뱀, 심지어 유골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물건들이 각각의 사연을 가진 채 보관되어 있다. 수원역 21번 물품 보관함 속, 누군가 맡겨 놓은 검은 가방은 언뜻 보기엔 매우 평범한 것이었다.
“검은색 가방이 아주 새것이에요. 뭣 때문에 버렸지 하고 지퍼를 열어보니까 돈 5000만 원이 있더라고요.” - 물품보관함 관리자 박 씨 인터뷰 중-
가방 안에서 발견된 5000만 원의 돈뭉치! 한 달이 지나도록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돈 가방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런데 CCTV 속 포착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 가방만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열쇠, 가방 속 종이가방에서 발견된 두 점의 지문을 추적한 끝에 유명 건설사에 다니는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방을 본적도, 만진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의원님과 돈 가방
여기, 또 다른 검은 가방을 들고 다급히 검찰청을 찾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유력정치인의 비서 정 씨였다. 정 씨가 가져온 가방 속에는 무려 3000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정 씨는 돈의 출처는 불법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돈은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다고 반박하는 모 국회의원이 있었다.
계속되는 진실 공방 속에 지난 7월,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유력 정치인의 또 다른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제작진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전에도 3500이 있었고 2000이 있었고 그 사람이 차에서 있다 나갔다 오잖아요. 차에 딱 타면 휘파람 부는 거에요. 기분 좋아서요. 그 비서는 알죠. 또 뭔가를 받았구나.” -000의원 전 비서관 인터뷰 중-
과연 그들이 말하는 검은 가방 속 비밀은 무엇일까?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주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목격자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방송을 통해 전 현직 정치인, 고위공무원 등을 위해 일하며 금품수수나 청탁 등을 목격한 사람들의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많은 전화 속에서 제작진은 35명의 제보자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제작진은 은밀한 거래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부터, 검은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실명과 그 액수까지 적힌 비밀 수첩을 입수할 수 있었다.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수 있을까?
“제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저는 돈 받을 당시, 쇼핑 봉투 색깔도 기억이 나요. 왜냐면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제보자 A 인터뷰 중-
OECD 국가 34개 국 중 부패인식지수에서 27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부패를 뜻하는 Corruption의 또 다른 의미는 ‘함께 공멸하다’ 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제3부 마지막 편에서는 대한민국의 정의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