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전운·송종호 기자 = 수수료 인하 압박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면서 카드업계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실적이 수년간 정체돼 있는 카드업계로서는 인하 여력이 없는 실정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다지기에 나선 정치권의 공세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이에 10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IC단말기 교체로, 밴수수료 인하를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결국 수수료 인하로 발생하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카드업계가 떠안아야 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지난해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여러 가지 제도 변경을 감안할 때 수수료율 인하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연말로 예정된 수수료 조정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는 최근 당 지도부에 영세 및 중소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0.5%포인트 낮추는 일명 ‘1%법’을 추진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여신금융법을 10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0%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0.5%p 이상 인하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혀, 수수료 인하 압박은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로서는 수수료 인하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순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5개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다.
신한카드만 3177억원에서 3518억원으로 늘었을 뿐, 나머지 카드사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2999억원에서 1757억원으로, 국민카드는 1894억원에서 1687억원으로, 현대카드는 1370억원에서 1108억원으로, 롯데카드는 1003억원에서 902억원으로 줄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회사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 수수료 인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카드사들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춰 카드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단말기 교체 사업을 맡게된 신규사업자들이 기존 밴사보다 50원 가량 적은 밴수수료를 받기로 함에 따라,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을 통한 수수료 인하를 계획했다.
하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밴업계가 단말기 보급 데이터를 카드업계에 제공하지 않으면서, IC단말기 교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밴수수료 절감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비용절감에 성공하지 못한 카드업계로서는 수수료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될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현재 평균 1.9% 수준인 가맹점 수수료율이 0.1%포인트 인하될 경우 전체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5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0.2% 이상 인하되면 조 단위 이상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신용카드 '일시불+할부' 이용금액 규모가 약 500조원에 이르렀던 것을 기반으로 계산한 수치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단순히 손실을 넘어 고객 서비스 축소 및 신사업·채용 확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좀더 세심하게 따져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