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시 급등세와 함께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뒤쫓았던 중신증권이 갑자기 밀려온 '단속'의 소용돌이에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증권가의 '라오다(老大·큰 형님)' 로 불리는 중신증권 고위직 임원들이 줄줄이 당국 조사를 받게된 것이다.
신경보(新京報)는 중신증권이 15일 공고를 통해 청보밍(程博明) 총경리는 물론 위신리(于新利) 업무운영·관리위원회 운영관리부 책임자와 왕진링(汪錦嶺) 정보통신기술센터 부사장 등 3명이 내부기밀 유출 및 내부자거래 혐의로 공안 당국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16일 전했다.
이들 8명은 중국의 유력 경제매체인 차이징(財經) 기자와 결탁해 허위기사를 유포하고 증시 변동성을 높여 증시에 영향을 주고 공매도와 선물옵션 등 내부자 거래로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문제가 된 차이징의 7월 20일자 기사는 "중국 증권 당국이 더 이상 증시 안정기금을 투입하지 않고 출구전략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증감회에 즉각적인 반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불안감은 물론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이에 공안 당국은 기사를 내보낸 왕샤오루(王曉璐) 차이징 기자를 즉각 구금하고 이어 중신증권 임원진 조사에 착수했다.
신문에 따르면 8명 중 쉬강, 팡칭리(房慶利), 천룽제(陳榮杰), 류웨이 등 4명은 이미 허위정보 유출 및 내부자 거래 사실을 상당부분 인정했으며 형사조치를 앞둔 상황이다. 이들 모두 중국 증권업계의 거물들로 이번 '파란'으로 중신증권의 신뢰도가 추락함은 물론 중국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청 총경리의 체포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중신증권에 몰아닥친 '불법거래' 단속의 소용돌이가 더 위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우선 8명 임원진 체포 후 왕둥밍(王東明) 중신증권 회장과 청 총경리가 "회사가 난관에 부딪혔으니 단결해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한지 15일여 만에 천 총경리가 당국의 조사를 받게됐다. 더욱이 차이징 왕보밍(王波明) 편집장이 왕 회장의 동생이라는 사실 등이 그 근거로 언급됐다.
중국 당국이 중신증권을 대상으로 강력한 불법거래 단속에 나선 것은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행위를 근절시켜 안정적인 시장기반을 다지기 위한 일종의 정화작업으로 해석됐다.
중신증권은 1979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유 투자기업인 중신그룹 산하의 중국 최대 증권사다. 1995년에 창립됐으며 올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은 7755억600만 위안(약 143조원), 순자산도 1302억9200만 위안(약 24조11억원)에 달하는 대형 증권사다. 중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지난 4월 시가총액이 611억 달러(약 11조2424억원)에 육박하면서 IB 시총 세계 1위인 골드만삭스(891억 달러) 뒤를 바짝 쫓았다.
하지만 최근 증시 폭락은 물론 내부자거래 단속 여파로 주가는 끝없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주당 30위안을 웃돌며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15일 마감가는 13.52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15일 13.28위안에 근접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