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도’ 이준익 감독 “영조와 사도의 이야기, 이 시대에 왜 필요할까?”

2015-09-14 09:23
  • 글자크기 설정

영화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서울 팔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이준익(55) 감독은 사극영화에 있어 독보적이다. ‘황산벌’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등 코믹부터 브로맨스,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극을 연출해왔다.

그런 이준익 감독이 ‘사도’(제작 타이거픽쳐스)로 돌아왔다. ‘소원’에 이어 2년만이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영화다.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연출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이준익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9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작가가 자꾸 하자고 해서 빠르게 각색하고 51회차로 예정됐던 계획을, 46회차만에 촬영을 마쳤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진짜 ‘사도’를 연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들께서 영화를 보고 나오시면 이 시대에 영조와 사도의 이야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세대간의 갈등, 즉 영조와 사도를 통해 상징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족사로 영화를 풀게 됐죠. 기존에 사도세자는 정조의 아버지라는 관점으로 많이 쓰였죠. 권력 관계의 암투에 대한 소재로 많이 쓰였다면 ‘사도’는 가족관계 안에서 시작해 가족관계의 이야기로 전개돼 가족관계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똑같은 소재로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는 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떤 종점에 도달할까, 그 결과를 풀어내기 위한 작업이었죠.”
 

영화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서울 팔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준익 감독이 하고자하는 이야기에 있어 사도세자는 중요했다. 우선 명불허전 송강호와 대립해야하는 역할이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캐릭터였다. 유아인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이 감독은 유아인에 대해 “현재에 충실한 배우, 오늘에 충실하는 배우”라고 극찬을 했다.

“보통 내공으로는 안 됐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있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항상 오늘보다는 미래 또는 과거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데 유아인은 오늘을 사는 배우였어요. ‘베테랑’에서는 완전한 조태오였죠. ‘베테랑’ 촬영이 끝나자마자 ‘사도’로 넘어왔는데 바로 사도가 되더라고요.”

이준익 감독은 사도세자 역에 유아인을 진즉에 염두해두고 있었다. ‘완득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본 이 감독은 “언젠가 유아인과는 무엇으로든 만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렇게 ‘사도’에서 만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유아인과 따로 밥을 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촬영장에서 만나면 영화 찍고 헤어지고, 전체 회식 때 잠깐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불안하지 않았다”는 이준익 감독은 “캐스팅을 했다면 감독은 배우를 무조건 믿어야한다. 의심할 배우를 왜 캐스팅을 하느냐”고 반문하며 “저는 캐스팅을 하면 100% 믿는다”고 피력했다.
 

영화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서울 팔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자연스레 송강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송강호랑도 단 둘이 앉아 밥을 먹은 적이 없어요(웃음). 만날 우루루 몰려가서 맥주 마시고, 다음날 촬영하고. 또 우루루 몰려가서 맥주 마시고 촬영하고를 반복했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검증된 배우니까요. 그건 아주 작은 배역마저도 똑같았죠. 작은 역할마다 자신의 삶이 있죠. 허투루 캐스팅할 수 없었기에 모든 배우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품의 완성도를 배우에게 돌린 이준익 감독은 매끄러운 카메라 구도마저 촬영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소원’을 찍은 촬영감독이다. 실력이 정말 뛰어나 대충 업혀갔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사도’에서는 영조인 송강호가 사도세자가 죽고 난 후 긴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소회가 담긴 시퀀스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송강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의미 전달에 중점을 뒀어요. 진심이 보인다면 들리는 대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송강호라는 배우는 첫 테이크 때 자기가 가진 전부를 쏟아내거든요. 사실 그 장면은 8번인가 촬영을 했는데, 첫 테이크는 오롯이 배우가 준비한 연기죠. 무의식과 의식이 만나는 타임이 올 때가 있어요. ‘매직타임’이라고 하는데 준비는 의식적으로 하지만 카메라에 불이 켜진 순간 무의식과 의식이 만나는 연기를 할 때가 있죠. 컷을 하고 다시 촬영을 한다면 그 때는 의식하는 연기가 되는 것이죠. 그럴 때 관객은 연기하는 걸로 보여요. 그래서 대사 전달이 별로라도 배우가 가장 몰입했던 연기를 넣은 것이죠. 첫 테이크 장면입니다.”
 

영화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서울 팔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유아인 역시 송강호 못지 않게 첫 테이크에 몰입했다. 이준익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 순간 100을 쓰는 연기’였다. 이 감독은 “스크린을 튀어 나올 것 같은 연기였다. 젊어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치더라. 거의 전부 원테이크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준익 감독은 ‘사도’에 대해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비극으로 치달은 가족사”라고 표현했다.

“과거와 현재를 떠나 모두가 세상에 태어나 살고 죽고를 반복하잖습니까? 아비의 삶의 과정을 자식이 그대로 반복하고, 역사를 그대로 살아가기도 하는 것, 그래서 역사가 주는 교훈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역사 속에서 지나가는 존재이자 과정인 셈이죠.”

아무래도 이준익 감독의 ‘사극사랑’은 지속될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