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회장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CJ그룹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이 결정됨에 따라 CJ는 일단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오너'가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그룹 비전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CJ는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10조원을 투자해 문화사업을 ‘글로벌 톱10’으로 성장시키고, 매출 15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CJ는 당시 목표 달성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채욱 CJ 대표이사 부회장은 “10조원의 투자 결정을 했지만, 순조로운 집행을 위해서는 오너의 결정이 필수적”이라며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중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이 회장의 공백으로 CJ는 투자와 M&A 등에서 난항을 겪어 왔다.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이 2월 싱가포르 물류업체 인수에 참여했다가 실패했고, CGV도 인도극장 기업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한편, 이번 이 회장의 재판은 여러 면에서 김승연 회장의 판결과 비슷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가 바로 경영 복귀로 이어지진 못한다. 현행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일정 기간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등기이사직에 복권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출장 때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풀려난 뒤 한화는 여러 대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오너의 존재만으로도 경영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뒤 한화는 삼성 화학·방산 계열사 인수 완료, 이라크 개발 사업 추가 수주, 세계 1위 태양광 셀 생산체계 구축 등 눈에 띄는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도 앞으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난항에 빠져 있는 CJ를 건져낼지 주목된다.
CJ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감염 우려 등으로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고려할 때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