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9월 금리결정을 앞두고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인하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수출이 급속히 감소하는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결 전망이 좀 더 우세하지만 인하로 옮겨 가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SBC와 BNP파리바, 호주뉴질랜드(ANZ) 은행 등 세 곳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7월과 8월에는 동결했다.
ANZ은행의 레이먼드 융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선제적 조처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만약 9월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금통위 내의 반대표는 4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충분한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리서치 담당 공동 책임자도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은 추가 완화가 타당함을 의미한다"면서 "물가 압력이 여전히 낮아 한은은 거의 3년 동안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성장률도 부진하다. 메르스와 가뭄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 이 기간 실질 국민총소득(GNI) 역시 1분기보다 0.1% 줄어 2010년 4분기 이후 4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도 인하를 전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통화정책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벗어났고 금리 인하시 환율 상승(통화가치 하락) 위험도 아직은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 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미국금리 등)대외변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내경기를 부양해야 할 시기"라며 "지금과 같이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경제상황이 이어지면 한은이 4분기라도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기준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치(연 1.5%)인 만큼 동결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1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7%가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응답자는 4.3%에 그쳤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당장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낮은 대출금리에 대출받는 사람이 늘어 7월 한달에만 가계부채가 9조5000억원 증가한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가계부채는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가계부채 증가폭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오는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따라서 한은이 이달에는 연준의 결정을 일단 지켜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회라고 애기하지만 추후 일정수준으로 올라갈 게 분명하다면 내렸다 다시 올리는 게 훨씬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