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박근혜 대통령과 제갈공명의 빌려쓰는 외교

2015-09-10 08:00
  • 글자크기 설정

[김동욱 기자]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삼국지를 보면 자신의 처지가 어려울 때 남의 것을 빌려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적벽대전에서 오나라의 대장군 주유는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장차 제갈공명이 오나라의 큰 화근이 될 것을 알았다. 

주유는 제갈공명을 죽일 계책으로 화살촉 10만 개를 열흘 동안에 제갈공명이 책임지고 만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제갈공명은 웃으며 사흘 만에 화살촉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전쟁 중에 허언은 곧 죽음이다. 주유는 제갈공명에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처벌받는다는 군령장을 받았다. 

제갈공명은 친구인 노숙에게 부탁해 배 스무 척과 약간의 병사들을 빌렸다. 사흘째 되는 날 제갈공명은 안개를 틈탄 기습을 위장해 배의 양편에 세운 풀단 1000개에 조조군의 화살 10만개를 얻어 유유히 돌아왔다.

명말 청초 병법의 대가 게훤揭暄(1613~1695)이 쓴 ‘병경백편’에는 ‘자신의 힘, 수단, 금전, 물자가 부족하면 상대의 것을 빌리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전 중국 베이징 전승절 행사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을 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외교가 중국에 밀착하는 이유는 사실상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은퇴한 한 외교관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한 두개의 협상 카드를 들고 있다면 중국이 북한에 쓸 수 있는 협상 카드는 백 가지 정도 된다"는 비유를 들었다.

중국이 지닌 협상 카드를 빌리는 핵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녹일 만큼 은근한' 외교에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주위의 만류에도 베이징 톈안먼 성루까지 올라간 것이다.

중국에서 '빌리기 작전'이 성공하면 힘들이지 않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제갈공명이 안개를 이용해 성공한 화살 10만개 빌리기 작전을 우리 외교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