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멈춰선 서촌 옥인1재개발구역 가보니

2015-09-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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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일몰기간 때문 사업시행부터 다시 시작해야, 관련 소송 준비할 것"

종로구 "법적 절차 문제없다. 구청에서도 사업 정상화 위해 힘쓰고 있다"

종로구 옥인1구역 재개발구역은 조합과 서울시,중로구 간 갈등으로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사진은 윤덕영 첩이 살았던 한옥(좌), 옥인동 골목길(우)[사진=김정은 기자]


아주경제 강영관, 김정은 기자 =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을 나서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한 서촌 거리를 따라 20여분 남짓 올라가면 서촌의 유일한 재개발 예정지인 옥인1 재개발 구역이 나온다.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일대 '옥인 제1구역 주택재개발구역'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주거지역으로 성장한 곳이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골목길이 군데 군데 연결돼 있고, 길 양 쪽으로는 집들이 이어지다시피 늘어서 있다. 건물 대부분은 지어진지 30~40년 가까이 돼 낡았고 가파른 경사 탓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은 주택도 있으며, 재래식 화장실도 종종 보인다. 
2003년부터 옥인1구역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이 곳은 시간이 멈춰선 듯 그대로다.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09년 11월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동네 한 가운데 자리잡은 친일파 윤덕영의 첩이 살던 한옥을 보존하는 문제로 재개발 조합과 서울시, 종로구의 갈등이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사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9일 옥인1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사무실에서 만난 김흥길 조합장은 "빈집을 개조해 주인에게 양해를 받고 조합 사무실을 쓰고 있다"면서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빈집이 많아졌다"고 현재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김 조합장은 "원래 사업계획은 한옥을 포함해 재개발이 지정된 전 구역을 전면 철거한 후 신축을 하는 것이었다"면서 "박원순 시장이 오면서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한옥을 존치하길 원했다. 우리도 사업성을 개선시켜주면 존치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와 종로구가 안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합은 2011년 경 종로구청이 관리처분인가를 반려하자 이듬해 '관리처분 계획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 듯 싶었지만 8월 종로구청으로부터 날아든 공문에 조합원들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사업시행인가 당시 60개월 일몰기간이 지정돼 지난해 12월 옥인1구역 사업시행계획 시행기간이 끝났다는 공문이었다. 재개발을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부터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4월 대법원 판결이 난 후에도 7월23일 조합총회를 허가해주고 이것저것 보완하라고 하는 등 종로구청에서 사업 시행기간이 지속되는 것처럼 행동했다"면서 "그런데 8월에 와서야 작년에 사업시행기간이 끝났다고 통보하면 재개발을 일부러 막으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송이 시작된 후부터 재개발 사업 진행이 멈췄으니 사업 시행기간에서 소송기간은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구청과 시청의 불합리한 행정에 끝까지 소송으로 맞서 우리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조합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주비 등 40억원을 투입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구청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조합에서도 한옥문제 등 일방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속도가 더뎌지면서 옥인동 재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김 조합장은 "관리처분 소송을 제기할 당시만 해도 조합원 80% 가까이가 재개발에 찬성했지만 소송을 4년이나 끌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지금은 60% 정도만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등에서도 옥인동 재개발에 부정적이다. 옥인동 소재 A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도 오래되니 사람들이 재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관련 부동산 문의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개업소 역시 "지금 옥인동 재개발 지역을 찾는 사람들은 재개발이 안 될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외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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