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는 판단이 정부의 허리띠를 바싹 졸라맸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종전 3.5%에서 3.3%로 0.2%p 낮춘 것도 그만큼 예산을 보수적으로 짜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정부는 8일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2.6%로 잡았다. 같은 기간 총수입 증가율(4.0%)보다 1.4%p 낮은 수치다.
지난해 세운 2014∼2018년 계획 때는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4.5%)과 총수입 증가율(5.1%) 차이가 0.6%p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지출과 총수입 편차는 상당한 수준이다.
세수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등에 써야 할 돈이 갈수록 늘어나는 부분이 정부의 고민거리다.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랏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내년 37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재정 적자와 국내총생산(GDP)의 40.1%로 높아지는 국가채무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총지출 증가율을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점차 회복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특히 돈 쓸 일(의무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법제화는 이번 재정운용의 필수 요소가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입법뿐 아니라 의원 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페이고 제도의 조속한 법제화를 국회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페이고 제도 외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재정사업 구조조정은 이미 올해 예산에서 370개의 정부부처, 부서 간 유사·중복 사업이 정리됐다. 내년에도 300개를 추가로 통·폐합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연구인력 채용 지원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석·박사급), 미래창조과학부(퇴직 과학자), 중소기업청(학사급)에서 각각 운영하던 것을 산업부로 일원화시켰다.
국고 보조사업 수는 1813개에서 1523개로 16% 줄였다. 100억원 이상 대규모 보조사업은 새로 적격성 심사를 추진한다.
한편 정부는 재정사업 원점 재검토 등으로 연간 2조원을 아껴 일자리, 문화 융성, 민생안정 분야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은 정부 지출을 매년 늘려 성장률을 떠받치려다가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이고 장기 성장 기반도 약해졌다”며 “앞으로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과 실천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