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반기 한 차례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가 올해 안에 구조개혁의 틀을 잡지 못하면 저성장 고착화라는 최악의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내년에 3%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힘겨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만큼 침체됐고 내수시장 역시 개별소비세 완화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로서는 올초 천명한 구조개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적기라며 밀어붙인 구조개혁이 3분기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며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기업들은 노사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쉽지 않은 행보다. 결국 구조개혁은 9개월째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 후반에서 3%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전망치보다 0.5%p 하향된 수준이다. 수출 부진이 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외투자기관 무디스는 “제조업의 중국 수출 감소 및 이에 따른 민간 지출여력 제한이 예상돼 한국의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0.5%p 하향했다”며 “원자재가격 하락이 민간 구매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지만 경기 불확실성 및 수출부진 장기화에 따른 내수 제한으로 내년 성장률을 2.5%로 전망조정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간기관보다 긍정적으로 잡았던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긴축재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을 빡빡하게 수립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반드시 구조개혁 틀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열린 총 17차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구조개혁’을 외쳤다.
최 부총리는 8개월간 구조개혁과 사투를 벌인 셈이다. 그러나 4월 골든타임을 역설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손길이 바빠졌다.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후 소비 침체가 구조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구조개혁이 이달 중 확실한 윤곽을 보이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3년차는 어떠한 성과도 내놓을 수 없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계산한 구조개혁 골든타임인 4월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며 “지난달 말 소비 활성화 차원의 개소세 인하 등이 10월에 효과를 보면 막바지 구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