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 "도발 악순환 끊겠다"…박근혜 대통령 '대북원칙론' 통했다

2015-08-2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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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 대응·수석대표格 문제 등 접촉 전단계부터 원칙 고수

靑수석회의서 '사과·재발방지 약속' 마지노선으로 강경모드 유지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남북이 25일 새벽 '무박 4일'의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을 보게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재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43시간이나 걸려 합의한 공동보도문에는 박 대통령이 일관되게 밀어붙여온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사실상 반영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의 발단인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 입장을 밝혔다. 명시적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과거 수많은 도발을 자행한 후 북한의 태도에 비춰본다면 사실상 사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이다.
박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중인 24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결코 물러설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성기 방송도 유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언명하며 북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북측의 유감표명 입장을 이끌어냄으로써 박 대통령의 흔들림없는 원칙 고수가 먹혀들었고, 과거 대북 관계의 각종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대응의 일관된 원칙은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 초기부터 이어졌다.

우선 지난 4일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북한 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졌다. '무력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 및 응징' 원칙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이에 북한이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을 감행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군에 완전무장 명령을 내리는 등 최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자,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직접 주재하고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고 군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단호한 의지와 태도가 결국 북한이 먼저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우리 측에 대화를 제의하도록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남북회담 수석대표도 '격(格)'에서부터 상식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적용되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의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맞춰졌다.

애초 김양건 당 비서가 김 실장 앞으로 대화 제의를 해온 것을 황 총정치국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내라는 역제안을 함으로써 남북 양측 정상의 뜻을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최고위급 인사끼리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 것.

이는 과거 북한이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내세우는데도 우리는 장관급을 내보내온 전례에 대해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것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박 대통령의 지론에 따른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도발→위기조성→타협·보상→재도발'로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어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24일) 판문점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간에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강공모드'를 유지하며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가 협상장에 전해지자 당시 타결 직전까지 갔던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지게 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강경한 원칙론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최근 잇따른 군사도발에 대해 자신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도록 이끌어냈다.

공동보도문 제2항에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된 것.

또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돼 있는 제3항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문구는 사실상 북한이 재발방지를 에둘러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관진 안보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는 '뚝심'을 발휘하면서 남북관계도 개선의 물꼬를 트게 됐다.

남북이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과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고,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김관진 실장은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이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협상한 결과"라며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의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왔는데 우리 정부는 이것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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