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메시징 시장은 초기에는 중소·벤처기업의 고유 영역이었으나, 이동통신사가 기업메시징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기업으로 재편돼 중소기업 영역 침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송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 시도가 다른 업체로 확산될 기폭제로 작용할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국제우편 등의 발송 및 배송 정보를 알려주는 SMS 서비스를 카카오톡으로 전환하는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우편물량 감소로 수년째 적자 상태에 빠진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시도로 비용을 아끼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우정사업본부는 도매대가 형식으로 망 사용 비용을 이통사에 20억원 가량 지출해 왔다.
우본 관계자는 "SMS 발송 시 자체적인 서버가 있으므로 망 사용료만 지출된다"면서 "이통사와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후에 문자 건당 정산을 한 번 더 한다"고 전했다.
배송 정보 제공을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전환할 경우 비용 절감뿐 아니라, 문자 수가 제한된 SMS에 비해 더 자세한 안내와 이미지 등이 첨부된 발송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도 우본이 자사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할 경우, 카카오톡의 시장 점유율 등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되며, 참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원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마케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직접 카카오톡을 선택하지 않아도 SMS를 통해 정보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카카오톡을 선택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국내 기업메시징 시장은 시장을 개척해온 전문업체들(인포뱅크 1998년 최초 시작)을 제치고 이통사들이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KRG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기업메시징 시장 점유율은 LG유플러스 40.5%, KT 25.2%, 인포뱅크 10.9%, SK브로드밴드 6.8% 수준이다. 이통사가 시장에 뛰어든 지 10년도 채 안 돼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카카오톡도 기업용 메시징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지난해 8월 서비스명을 ‘옐로우 아이디’로 변경,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은 불과 1년여 만에 가입 업체 수만 4만5000개, 순 이용자는 450만명을 끌어 모았다.
이에 전문업체들은 이동통신망에 대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과징금과 회계분리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들이 개인 단위를 넘어 기업메시징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톡을 필두로 기업메시징 시장에 뛰어든다면 이통사에 밥그릇을 뺏기고 있는 전문업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